중국 드라마 ‘싼바셴(三八線·삼팔선)’ 첫 회 도입부 내레이션이다. 지난달 28일 전국 방송을 시작했다. 이번 주 시청률 3위에 올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0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운)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했다. 중국 신세대들은 ‘싼바셴’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옛 만주였던 중국의 동북 3성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은 공화국의 큰 아들(長子)로 불렸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46년 신중국 수도로 하얼빈을 점 찍었다. 동북은 중국에 그만큼 중요하다.
6년 전 8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북을 방문했다. 옛 만주 벌판인 지린 ·창춘(長春)·하얼빈·훈춘(琿春)을 잇는 여정이었다. 김정일은 김정은 현 노동당 위원장을 대동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외에 복수의 상무위원과 상견례했다는 설이 돌았다. 시 주석은 2008년 6월 국가부주석 첫 해외 순방국으로 북한을 선택했다. 2011년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의 집권 드라마가 시작됐다. 그는 시 주석의 정부 구성 목전에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친중파 장성택을 숙청했다. 친북 인맥으로 분류되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은 체포 수감됐다. 다시 반전이다. 지난주 시진핑-이수용 회견이 신호다. 비핵화와 안정을 모두 노린 중국판 ‘병진정책’이다.
대책은 만주에 있다. 선양(瀋陽)은 병자호란 후 소현세자가 『심양장계(瀋陽狀啓)』를 썼던 곳이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이다. 한민족과 인연이 깊다.
만주는 기회의 땅이다. ‘공화국의 장자’는 환골탈태 중이다. 시 주석의 측근 리시(李希) 랴오닝성 당서기가 철강·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차세대 빅샷 루하오(陸昊) 헤이룽장 성장도 있다. 한국이 이들과 동북 리노베이션을 논의할 기회다.
9월 4~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항저우(杭州)에서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G20의 주역이다. 회의를 마친 뒤 공군 1호기의 기수를 북북동으로 돌리자. 단둥(丹東) 압록강 잔교도 좋고 선양 고궁도 좋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이 거닐던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나 공사 중이지만 하얼빈 역사도 좋다. 백두산 옌볜(延邊)에서 교민·교포·한(漢)인 한마당도, 윤동주의 북간도도 좋다.
미국 대통령은 방한하면 비무장지대(DMZ)를 찾는다. 사진 한 장 때문이다. 한·중 수교 24년이 흘렀다. 아직 만주를 방문한 현직 대통령은 없다. 만주발 박 대통령의 사진이 필요할 때다. 외신을 타고 퍼질 사진 한 장이 어떤 대북제재보다 강력해서다.
신 경 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