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도요타 경영진이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끝나는 올 8월에 맞춰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노동조합에 전달했다고 9일 보도했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는 도요타의 새로운 업무 방식은 일본 국내외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8월부터 사무·기술직 2만5000명
1주일에 하루 2시간만 출근
회사 정보 누출 위험 막으려
기록 안 남는 컴퓨터 지급하기로
회사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영업 담당자도 일이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퇴근한다. 귀가 후 e메일로 업무 상황을 보고하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회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회사에 굳이 들를 필요가 없다. 재택근무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궤도에 오르면 상시 수백 명이 참여할 것으로 도요타는 내다보고 있다. 시간을 두고 시스템과 규정 등 세세한 부분을 정비할 예정이다.
문제는 정보의 누출 가능성이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원이 늘어나면 기밀이 새어나갈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정보 유출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서 집중 관리하고 단말기엔 기록을 남기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 컴퓨터를 대량으로 구입해 나눠줄 계획이다. 혹시 컴퓨터를 잃어버려도 자료와 정보를 잃는 위험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도요타는 그동안 재택근무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직원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하루 4시간만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생후 1년 미만의 아이가 있는 직원에 대해 주 1회 2시간만 출근하도록 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재택근무 확대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돕고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여성 간부를 3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목표도 세웠다. 2014년의 세 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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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컴퓨터·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출근하지 않고 회사 밖에서 일하는 텔레워크(telework) 기업이 늘고 있다. 2000년 말 2.0%에 그쳤던 텔레워크 기업 비율은 2014년 말 11.5%로 증가했다. 미쓰이(三井)물산도 이달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국내에 근무하는 사원 3700명 전체가 대상으로, 상사에게 연락해 허가를 받으면 집에서 근무할 수 있다. 올해 안에 재택근무를 시작할 예정인 혼다는 어린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간병하는 사원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월 노동시간의 4분의 1 정도만 회사 밖 근무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해결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재택근무 등 텔레워크를 장려하고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