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채팅앱 가입해 보니…10분 안 돼 스폰 제안

중앙일보

입력 2016.06.08 16:39

수정 2016.06.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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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팅앱 `A톡` 캡처

 

지속적인 도움 가능합니다. 관심있는 여성만 쪽지 주세요. 장거리 픽업도 가능합니다"

채팅 성매매 실태 취재를 위해 채팅 어플리케이션(앱) 'A톡'에 가입해 봤다. 성매매에 가장 많이 악용되는 앱이다. 본인 인증 절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는 스무 살 여성으로 등록했다. 1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한 남성이 이렇게 스폰을 제안해왔다.

이 남성은 먼저 "지속적인 도움 가능합니다. 관심걸만 답장 주세요"라고 채팅을 걸어왔다. 그는 "현재 내 연봉이 5500만원 정도다. 회사 사장님이 작은 아버지라 승진 가능성이 높고 연봉도 더 오를 것이다"라며 "스폰을 해본 경험이 몇번 있다. 스폰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어느 정도 오픈을 해달라"며 라인과 카톡 아이디를 요구했다.
 
이곳에서의 대화는 대체로 짧고 굵게 이어졌다. 상대방의 나이와 사는 곳, 직업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남성들은 '폰팅하자' '화상 통화하자' '사진을 보내달라며' 접근해왔다. 라인이나 카톡 아이디를 요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A톡의 게시판은 더 자극적이다. 성관계와 돈을 요구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영화 같이 보고 식사하자. 돈은 내가 다 내겠다"며 일일 데이트를 요청하는 글도 있었다. 가출한 10대가 용돈을 구걸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19세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집을 나와 너무 배고프고 졸립다"며 "3만원만 보내달라. 밥 먹고 찜질방에 가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 본인 인증 절차 없어…미성년자 가입하는 'C'도
성매매에 쉽게 악용되는 또 다른 채팅 앱 'B톡'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의 한 남성은 게시판에 'SM(새디즘과 마조히즘) 성향 여성분 찾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동성애자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여성은 "가까이 사는 레즈비언 여성분 찾습니다"라고 적었다. '지금 만나' '놀자' '대화상대 구해요' '심심하다' '외롭네요' 등의 글도 있었다. B톡도 본인 인증절차없이 성별과 나이, 사는 곳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B톡은 A톡과 달리 화면이 DRM으로 보호돼 캡처가 불가능하다.

채팅 앱 C는 A톡, B톡과 같이 본인 인증절차가 없지만 10대도 채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 언급한 어플보다는 건전한 편이다.
 ▶ 'A톡' 이용해 청소년 성매매 알선한 20대 남녀

A톡, B톡과 같이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불특정다수와 채팅 할 수 있는 앱들은 불법 성매매, 10대들의 용돈벌이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앱들을 통해 성추행, 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 마약거래 등과 같은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가진 지방 사립대 조교수 A씨가 해임되기도 했다. 지난해 법원은 16살 B양을 성폭행하려다 상처를 입힌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5월에는 A톡을 이용해 청소년을 유인한 후 성매매를 알선한 20대 남녀 4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오용규 부장판사)는 C(25)씨와 D(20)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성매매 약취죄 등을 적용해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공모한 E(20·여)씨에 대해 징역 5년과 80시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F(20)씨에 대해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A톡을 이용해 필로폰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를 벌인 일당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모(41)씨와 김모(27)씨 부부가 A톡을 이용해 21명을 모은 후 서울 강남, 경기 동두촌 등에 있는 모텔로 불러 이들에게 필로폰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필로폰 0.4g당 20만 원에 구입해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일명 스와핑(상대를 바꿔가며 하는 성행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 채팅앱 청소년 성매매 단속 결과 172명 적발

경찰청이 지난 2월 22일부터 4월 21까지 채팅앱을 악용한 성매매 행위에 대해 단속한 결과 'A톡'과 'B톡'을 이용한 성매매가 각각 72건(48%)과 67건(4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D톡'(4건), 'E톡'(4건) 순이었다.

경찰은 이번 단속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범 총 971건 2,643명을 검거하고, 그중 상습적 성매매 알선 업주 13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2,643명 중에는 성매수남이 1,184명, 알선 업주·종업원이 519명, 성매매여성이 940명이었다.

경찰청은 또 같은 기간 여성가족부와 함께 청소년 대상 성매매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172명을 적발하고 알선 업주 12명을 구속했다. 적발된 172명의 유형별로는 청소년의 성을 사거나(동법 제13조 위반) 유인한 행위가 114명(52건)으로 가장 많고, 청소년의 성을 알선한 행위(동법 제15조 위반)가 42명(25건), 청소년의 성매수 강요 행위(동법 제14조 위반)가 16명(5건) 순이었다.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태는, 성매수남이 채팅앱으로 조건만남을 제시해 모텔 등 숙박업소로 청소년을 유인해 성을 매수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성매수 위반자 114명 중 30대가 41명(22건)으로 가장 많고, 20대가 36명(14건), 40대가 34명(13건) 순이었다.

구글 플레이 채팅 카테고리에 올라온 앱은 200여 개가 넘는다. 대기업이 만든 앱 10여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에서 만든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13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채팅 앱이 182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조건만남 서비스 유형이 172개(94.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64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익명성 때문에 이 같은 성범죄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채팅앱은 청소년들이 인증절차 없이 쉽게 가입할 수 있다"며 "성인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각 채팅앱은 실명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홍수민 기자·김기연 인턴 기자 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