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서 만난 소프라노 황수미 “가곡은 나만의 색으로 도화지 채우는 작업”

중앙일보

입력 2016.06.06 00:15

수정 2016.06.0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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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내한공연한 소프라노 황수미.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4일 저녁 통영국제음악당. 레몬같이 톡 터지는 고음이 짜릿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연주 위로 소프라노 황수미(30)의 노래(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아름다운 내 생명의 불꽃이여’)가 흘렀다. 청중석에서 ‘브라바’ 연호,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살아 숨쉬던 아정(雅正)한 고전주의 시대로의 여행이었다.

황수미는 쇼팽·차이콥스키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14년 우승했다. 국내 성악가로는 2011년 홍혜란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4월 예술 가곡 국내 공연 이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황수미 현상’이 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역시 지난해 10월 세계 최고의 실내악 홀 중 하나인 런던 위그모어 홀에 섰고, 현재 독일 본 오페라 전속가수로 활동 중이다. 통영 공연 전 황수미를 만났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공연했다.
“악장(알렉산드로 모차)이 유머러스하고 소통을 중시한다. 전문 원전연주 악단과 첫 공연인데 최대한 당대의 느낌을 살린다. 목관의 울림이 따뜻하고, 연주가 깔끔하다.”
지난해 두 차례 공연 모두 헬무트 도이치가 피아노를 맡았다.
“퀸 엘리자베스 심사위원이셨다. 무대 뒤에서 결과를 기다릴 때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선생님 추천으로 한국 공연을 하게 됐고, 위그모어 홀 공연은 노 개런티로 함께하셨다. 친한 사이여도 공·사가 확실한 분이다.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가사의 뉘앙스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황수미는 중학교 교사, 평범한 가정주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발레를 하다가 체형이 맞지 않아 현대무용을 했다. 서울예고에 덜컥 합격한 후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방황이 컸다고 했다. 뮤지컬 ‘대장금’ 오디션, 아나운서에 도전하기도 했다. 대학원 시절 은사 윤현주 선생에게 배우며 노래에 미쳤다.
 
대학원 졸업 후 뮌헨 국립음대로 유학 갔다.
“늦게 유학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기교는 한국에서도 익힐 수 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젖어드는 게 유학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퀸 엘리자베스 우승으로 스타가 됐다.
“홍혜란 언니 우승을 지켜보며 ‘나도 과연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접수는 했는데 최종라운드의 2곡 빼고는 모두 새로 공부한 레퍼토리였다. 1위로 호명되자 모든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게 몰렸다. 기쁘다기보다 놀랍고 무서웠다. 한 숨도 못 잤다.”
본 오페라 가수 생활은 어떤가.
“본 극장은 보수적인 분위기다. 동양인 솔로이스트는 내가 처음이다. ‘리날도’ 중 알미레나, ‘마술피리’ 중 파미나 역할 등을 소화했다. ‘라 보엠’은 올 가을 미미로 데뷔한다. ‘사랑의 묘약’ 중 아디나 역할도 하고 싶다.”
가곡과 오페라의 차이는.
“가곡이 흰 도화지를 내 색깔로 채우는 거라면 오페라는 깔려있는 바탕색에 화려함을 더하는 거다. 가곡이 시간과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
앙상블 마테우스와 10월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지휘자 스피노시를 2월 취리히에서 만나 공연 논의를 했다.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를 소개받았는데, 리허설에서 하필이면 바르톨리의 레퍼토리로 유명한 헨델 ‘울게 하소서’를 불러야 해 떨렸다. 바르톨리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대가다웠다”

통영=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