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청춘을 바쳤는데...국가가 이래도 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2016.06.05 09:11

수정 2016.06.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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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 군 비리/ "국가 위해 청춘바쳤는데.."


#1
"무장 탈영했을지도 모릅니다!"
2005년 2월16일 오전 7시.
강원도 최전방 혹한기 훈련지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2
아침 점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홍모(21)상병.
전날 밤 텐트 속 침낭에 들어간 뒤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사진설명: 아침 점호 중인 육군 00사단[내용과 무관]

#3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 부대
홍 상병은 수색 4시간만에 훈련지에서 400m가량 떨어진 한 민가의
빈방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진설명: 2014년 6월, 강원도 최전방 군장병 경계근무[내용과 무관]

#4
추위에 떨며 웅크린 채 자고 있던 홍 상병.
그가 '탈영'을 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너무 추워서’ 였습니다.
사진설명: 73사단 혹한기 훈련[내용과 무관]

#5
“이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딨습니까?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졸리고
아무리 입어도 추운 데가 군대입니다!"
2007년 KBS1 ‘생방송 심야토론’ 군복무 가산점제 편에서 전원책 변호사

#6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군인들은
30년전 아버지가 쓰던 침낭에서 잠을 자야할 처지입니다.
‘신형 침낭 도입 사업’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의 '유탄'에 맞았거든요.
사진설명: 침낭에서 자고 있는 군인[온라인 커뮤니티]

#7
납품 업체간 이권 싸움에 군 간부들이 개입해
사업이 무산된 겁니다.
군인들은 무겁고 보온도 잘 안 되는
‘1986년산 침낭'을 쓸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사진설명: 2000년 1월 24일, 혹한기 훈련 중인 해병 수색대원들

#8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군인들에게 이래도 될까요?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진설명: 1000리 행군 중인 군인들

#9
군인은 훈련만 받는 게 아닙니다.
농번기에는 농촌으로, 장마철엔 수해 복구하러
한 겨울에는 눈에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 대민 지원을 나갑니다.
사진설명: 2004년 3월 6일 폭설로 마비된 고속도로 대민지원 나간 군 장병

#10
예전엔 눈 오는 게 좋았는데 말입니다.
군대 온 뒤 눈이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일 뿐..
사진설명: 2014년 2월 11일 강원 고성에서 제설작업 중인 육군 제 12보병사단, 이날 적설량은 116cm

#11
군대 온 뒤 매 순간 한계를 느끼지만
겨울이면 찾아오는 ‘혹한기 훈련’이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해줍니다.
사진설명: 2001년 1월 16일, 혹한기 훈련 중인 군 장병들

#12
매서운 추위와 고된 새벽 근무..
겨울철이면 감기만큼이나 자주 걸리는 게 ‘동상’입니다.
2011년 이후 동상에 걸린 장병은 2000여 명, 그 가운데 사병이 87%나 된답니다.
(자료: 2013년 국방부)
사진설명: 2012년 2월 8일, 혹한기 훈련 중인 장병

#13
주로 발가락에 걸리는 동상은 송풍이 잘 안 되는 전투화 때문
습기가 찬 상태에서 발가락이 그대로 얼어버리고 맙니다.
*2012년 국군수도병원 동상환자 중 입원치료 받은 군인은 69.6%

#14
야간 초소 근무 때는 옷을 4~5겹 입고 나가도 춥습니다.
적이 아니라 추위와 싸워 이겨야 합니다.
사진설명: 2008년 1월 18일,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제 7사단 장병들

#15
그런데.. 이렇게 고된 훈련의 한가닥 위안이었던 ‘단팥빵’ 조차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답니다.
*2013년 육군훈련소 장병 중식용(간식) 업체 선정 비리
사진설명: 2015년 12월 15일, 최전방 부대에 방문한 황금마차[초상권주의]

#16
한 간부가 입찰공고문*을 임의로 수정하고
식품 평가 기준까지 변경해 무자격 업체가 납품자로 선정되게 도운 겁니다.
*여름철 내용물(단팥 등)로 인한 변질 우려가 있는 품목 제외
사진설명: 2007년 1월 4일, 혹한기 훈련 중인 73사단 대원들

#17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입어도 추운 이곳.
우리 군인들이 다른 이유로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요?

취재·구성 임서영
디자인 박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