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투기세력 움직였나, 분양권 전매 33건 편법 의혹

중앙일보

입력 2016.06.03 01:17

수정 2016.06.0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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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K건설이 분양한 세종시 3-1생활권(대평동) 아파트(72·84㎡, 331세대)는 한 달여 만인 10월 12~14일 동안 10건의 분양권이 전매됐다. 사유는 모두 ‘배우자 증여’다. 남편이나 아내에게 재산을 나눠주기 위해 분양권을 판 것이다. 이 아파트는 분양 직후 프리미엄이 3000만~5000만원 붙어 거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당시 투기세력이 조직적으로 분양권 전매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세종시와 LH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세종시에서 ‘전매 제한기간 내’에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43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일반인이 33건(전매제한 1년), 공무원이 10건(전매제한 3년)이다. 전매 사유로는 배우자 증여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익사업이주대책(보상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 3건, 해외이주와 근무·상속 등이 각각 2건이었다.

이들 모두 합법적으로 전매가 성사된 것이지만 부부간 전매 등은 법망을 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제한기간 내 43건 전매
한달 새 10건 동시 배우자 증여도
증여받은 부인은 전매 제한 없어져
다운계약도 149건 적발·조사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배우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재산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합법을 가장해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넘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분양권을 증여받은 부인은 기간 제한없이 분양권을 팔 수 있다. LH공사와 세종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불법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전매자들이 제출한 서류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 위법성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는 일반분양의 경우 당첨된 뒤 1년, 공무원은 3년(2014년 3월 분양 이후)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택법에 따라 7가지 예외 규정에 해당하면 전매 제한기간이라도 분양권을 팔 수 있다.

주택법에는 ▶세대원이 근무 또는 생업 등으로 다른 광역시·도로 이전하는 경우(수도권 제외) ▶상속에 의해 취득한 주택으로 세대원 전원이 이전하는 경우 ▶세대원 전원이 해외로 이주하거나 2년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이혼으로 소유권을 배우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또는 주택의 일부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 ▶주택의 소유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금융기관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경매 또는 공매가 시행되는 경우 등을 ‘전매제한 기간 내 전매가 불가피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7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관련 서류를 LH공사에 제출한 뒤 ‘분양권 전매 동의서’를 발급받는다. 이 동의서를 첨부해 분양권 실거래가 신고를 마치면 건설업체가 분양권 전매를 허가해준다.

지난해 1년간 세종시에서 전매된 아파트 분양권은 9727건으로 집계됐다. 분양권 전매는 대부분 한차례 이뤄졌지만 인기가 많은 일부 아파트는 몇 달새 3~4차례나 분양권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1~3월 사이 실거래가 축소신고(다운계약서) 의심사례도 149건이 적발돼 국세청 등 관계당국이 조사 중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