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TX, 창업주 상대로 소송 건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16.06.02 03:00

수정 2016.06.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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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의 전·현직 최고위층이 법정에서 얼굴을 붉히게 됐다.

강덕수 STX 창업주 등 전직 STX 경영진 다섯 명(최고재무책임자·부회장·사장·기획본부장)은 1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STX·STX마린서비스·STX리조트가 지난 4월 22일 이들을 상대로 손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전직 경영진은 믿는 도끼(현직 경영진)에 발등 찍혔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현재 주요 최고위층 일부는 강덕수 창업주가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다.

전직 경영진 5명에 수백억 손배소
현 경영진 “가만 있으면 우리가 당해”

반면 현직 경영진은 “법과 감정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전직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오히려 본인들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배임·횡령을 방조한 주주들이 현직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거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민사소송을 적극 추진하라고 현직 STX 경영진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민사소송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법원이 배임·횡령으로 판단한 부분은 전직 경영진이 회사 손해 분만큼 토해내야 한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예컨대 강덕수 창업주가 최대 주주였던 ㈜포스텍이 IBK기업은행·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받을 때 ㈜STX가 담보(239억3000만원 상당의 주식)를 제공했었다. ㈜포스텍이 대출을 갚지 못해 손해(담보 실행)를 봤으니 이걸 전직 경영진이 갚으라는 주장이다.


또한 전직 경영진이 계열사들(STX마린서비스·STX리조트)에 STX건설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게 한 것도 걸고 넘어졌다. 부도로 발행한 CP가 휴지 조각이 됐으니 이 역시 당시 경영진이 물어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덕수 창업주 측은 “기업이 어려울 때 계열사끼리 자금을 빌려주거나 채무에 대해 서로 담보를 서주면서 위기에 대처한 사안을 두고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건 이례적이다”고 맞섰다. 이 관계자는 “법원도 전 경영진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STX그룹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직 STX 경영진은 ㈜STX가 강덕수 창업주 개인에게 19억9000만원을 대여해준 것도 문제 삼았다. 강 창업주는 급여를 가불하는 형태로 ㈜STX 회삿돈을 끌어 썼다. 전직 경영진 측은 “가불금은 횡령한 돈이 아니라 미리 회삿돈을 썼다가 나중에 갚은 금액이다. 이미 되돌려준 돈을 다시 배상하라는 건 소송의 요건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