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생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22세 때 우연히 장학생으로 뽑혀 한국에 오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오래 지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에 돌아간 뒤 한국에 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들이 생겼다. 덕분에 두 번이나 한국으로 되돌아왔고 결국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물고 있다.
인생이란 한 치 앞도 짐작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불과 1년 전 나는 반복되는 삶에 지쳐 있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임했던 대사관 일도 몇 년이 지나니 시들해졌다. 만나는 사람들도 늘 비슷하고 별로 새로운 게 없었다. 이렇게 재미없게 서른을 맞이하고 몇십 년 동안 이런 식으로 계속 살다가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했다. 서른 전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슴을 짓눌렀다.
그 외 강연이나 행사, 다른 촬영들도 많이 생겼다. 대사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한 적도 많았다. 많이 바빴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행복했다. 새로운 도전들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한국은 내게 ‘나이’에 대해 다른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이 나이엔 이렇게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과 기회들이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해줬다. 덕분에 늘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인생 계획은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나이’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됐다.
서른 생일을 맞이했을 때 ‘서른다섯 살엔 뭐하고 있을까’ ‘마흔 살엔 이 정도는 이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불필요한 걱정은 줄이고,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쏟고,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런 30대를 보내자고 다짐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으로 내게 주어질 또 다른 기회들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