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김현수를 팀 동료들은 싸늘한 침묵으로 맞이했다.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의아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헬멧을 벗고 장비를 풀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들은 동시에 해바라기 씨와 물을 뿌리며 김현수의 빅리그 첫 홈런을 축하했다. 일부 동료들은 허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다름 아닌 메이저리그의 짓궂은 ‘전통’이었다.
공교롭게도 김현수는 이러한 전통을 알고 있었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 ‘볼티모어 선’의 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현수가 이미 한국에서 더그아웃 침묵 신고식 영상을 봤다"고 전했다. 홈런직후 동료들의 무관심에도 김현수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즌 초반 눈칫밥을 먹으며 평범한 땅볼에도 전력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던 김현수다. 점차 ‘타격기계’의 면모를 찾아가는 그가 때린 통쾌한 홈런은 수많은 국내 팬들이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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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인턴기자
kim.ki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