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에 따르면 동부전선에 근무 중인 A중위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B상병에게 폭행과 폭언을 해왔다고 한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가슴을 밀치거나 욕설을 퍼부었고 왕따시키기도 했다고 육군은 밝혔다. 이에 B상병은 지난달 25일 병영 내 고충 상담을 위해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국방 헬프콜에 이를 신고했다.
다른 사병에겐 상습폭행·왕따도
‘윤 일병 사건’ 이후 벌어져 충격
육군 “가혹행위 감시할 간부가…”
군사법원 “본인이 잘못 뉘우쳐”
중범죄인데 영장 기각해 논란
B상병은 올 초부터 도움·배려가 필요한 관심병사로 판정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간부의 폭행과 폭언에 따른 정신적 충격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상병은 지난 3월 다른 부대로 옮겼다.
2014년 4월 28사단에서 부사관과 고참병사가 윤모 일병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이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병사들의 가혹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고 군에선 2년간 병영혁신 운동이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장교가 병사에게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해온 셈이다.
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를 감시해야 할 장교가 오히려 가혹행위를 한 사건이 발생하자 육군 관계자는 “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도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엄격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군 형법 62조는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이날 밤 군 사령부에 설치된 군사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A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육군 관계자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본인의 행위를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A중위의 위법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니 불구속 수사를 통해 죄를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