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자정께 서울 군자동 자택에서 일어난 화재로, 35년간 함께한 그의 아코디언이 불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본지 5월 21일자 16면), 후배 음악인과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있다. 소셜 펀딩 플랫폼 텀블벅(http://tumblbug.com/shimsungrak)에서 20일부터 시작한 모금은 23일 오후 3시 현재 총 150명이 참여해 949만5600원이 걷혔다. 모금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총 목표액(3000만원)의 약 31%를 달성했다.
60년 넘게 아코디언을 연주해 온 심성락의 사연 및 모금 운동 관련 소식은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수 이승철ㆍ조원선ㆍ루시드폴ㆍ조동희 등 가요계 후배들이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박원순 서울 시장 등 정치계 인사들도 동참하면서다. 후원자들이 모금 운동에 참여하고 "제가 ***번째 후원자군요!"라는 인증글을 올리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모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페이퍼레코드 최성철 대표는 “모금액의 90%는 악기(이탈리아산 파올로 소프라니 5열식)를 구입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후원자를 위한 초대공연 등에 쓸 예정”이라며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돈은 모르고 살았다, 60여 년 아코디언에 미칠 수 있었다”
1951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코디언 연주를 시작한 심성락은 여든 인생 그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다. 조용필ㆍ이미자ㆍ이승철ㆍ신승훈 등 국내 가수 열 중 아홉의 노래 반주를 도맡아 했다. ‘봄날은 간다’ ‘효자동 이발사’ 등 다수의 영화 OST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곡만 7000여 곡, 음반은 1000여 장에 달한다.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에 오르간 연주를 해 ‘대통령의 악사’로 불렸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