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에는 황 총리를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오전 9시58분쯤 기념식장으로 들어와 자신의 자리로 가려던 박 보훈처장은 순식간에 5·18 유가족들에게 둘러싸였다. 황 총리가 자신의 자리로 가 먼저 앉은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소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박승춘 물러가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여기에 올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유족들 ‘임을 위한…’ 제창 불허 항의
보훈처 “입장 거부 사태에 깊은 유감”
야당은 “ 합창만 허용한 건 옹졸·아집”
이후 국가보훈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5·18 단체 일부 회원들의 저지로 국가보훈처장이 입장을 거부당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가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결정하기 어려운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5·18 유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해) 협조 하나 안 해준 사람이 뭐 하러 오느냐”고 소리쳤으며,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는 “이 문제를 풀지도 못하냐”고 질책했다.
현장 분위기 때문인지 정부가 ‘합창’으로 규정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사실상 ‘제창’이 됐다. 노래가 시작되자 김종인·안철수·천정배 등 야당 대표들은 물론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노래가 시작되자 퇴장했다.
행사가 끝난 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현 정무수석을 향해 “말이 안 되는 행사다. 이게 무슨 광주 민주화운동 행사냐”고 항의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시민군 대변인 묘지 앞에서 “진짜 미안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합창만 허용하는 건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보수단체의 퇴장에 대해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행사에 참석했다. 앞줄에 착석해 있던 안 대표는 뒤돌아 문 전 대표와 악수했다.
광주=안효성·박가영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