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줄어든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청약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분양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분양물량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52만가구)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말까지 분양예정인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14만6000여가구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15만여가구)보다 불과 4000가구(2.5%) 적다. 올 상반기 물량은 지난해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가 18일 집계한 6월 분양예정 6만2667가구를 합치면 다음달까지 21만가구가 나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8만8000여가구였다.
당초 30% 감소 전망과 달리
수요자 몰리며 청약 과열 조짐
업계 ‘이 참에 털자’ 밀어내기
“소화불량 걸려 가격 떨어질 수도”
그러나 주택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리며 청약열기가 되살아났다. 올 들어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이 4월 23대 1, 이달 14.6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6.4대 1, 7.4대 1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연초 시장을 옥죄던 대출규제 등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데다 인기 아파트의 분양권에 웃돈이 붙으면서 청약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분양경기가 좋을 때 털어내기 위해 업체들이 갖고 있는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경기가 앞으로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업체들이 주택건설 인·허가를 받아놓고 대기 중인 물량이 많다. 올 들어 3월까지 인·허가가 난 주택이 16만3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8000여가구보다 38% 많다. 입지와 상품성이 좋은 단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공급과잉 논란이 제기됐을 때 정부와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물량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이전에 한 동안 분양이 적었기 때문에 지난해 한해 물량 급증으로 공급과잉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분양이 줄지 않아 공급과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와 올해 분양된 물량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내년 이후 주택시장은 ‘입주 대란’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이후 입주예정 가구수가 2011~15년 연평균 물량보다 60% 가량 늘어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공급과잉을 안심할 수 없다”며 “시장이 소화불량에 걸려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수요자는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적지 않은 청약과열에 유의하고 해당 지역의 공급현황을 꼼꼼히 따져 청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