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5·18 민주화 운동, 통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2016.05.18 19:02

수정 2016.05.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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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주 운정동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이 반쪽 행사로 진행된 것은 국가적인 불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행사에 3년 연속 불참했다. 여야 대표들이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입을 굳게 닫고 자리에 서서 태극기만 흔드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노래가 시작되자 퇴장한 보수단체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국가 행사의 주무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이 노래의 제창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기념식장에 앉지도 못하고 쫓겨난 일도 답답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행사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부여하는 장이 되기는커녕 ‘노래 논란’의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5·18의 의미와 그 정신의 계승이 뒷전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은 국가 폭력에 맞선 반독재 투쟁이다. 고통 속에서 피로 쓴 5월의 역사에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시대적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귀한 정신과 희생이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은 지금의 헌법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를 통해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광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역사다.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행사로 열리고 광주의 넋들이 묻힌 묘역이 국립 민주묘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이 지금처럼 꼬이게 된 데는 정부의 불통이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야권 인사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떤 방식으로 부르느냐를 놓고 매년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영령 앞에서 5·18 정신을 진심으로 되새겨야 한다. 국민과 사회를 하나로 묶어 낼 통합의 리더십을 ‘광주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이젠 5·18을 정치에서 풀어 주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로 승화시킬 방법을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