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새로운 ‘타격 기계’가 등장했다. 출시 10년 만에 성능이 입증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왼손 타자 김문호(29)는 올 시즌 기계처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34경기에서 58개, 경기당 1.7개를 쳐냈다. 17일 인천 SK전에서 팀은 3-9로 졌지만 그는 2안타를 추가하며 최근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꿈의 타율인 4할(0.417)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타자다.
강정호·류현진과 청소년대표 활약
부상 탓 주전서 밀려 2군 오락가락
지난해 밀어치는 타법 배우며 재기
경기당 안타 1.7개, 꿈의 타율 행진
프로에선 처지가 바뀌었다. 두산 육성선수(연습생)로 입단한 김현수는 2008년 스무 살 나이에 최연소 타격왕(0.357)에 올랐다. ‘타격 기계’라는 별명을 얻은 김현수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반면 김문호는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입단 후 3년간 38경기에만 출전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2013년까지 2군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다.
불운과 부상도 끊이지 않았다. 2013년 5월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뛰다 베이스에 걸려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타격 페이스가 좋았던 지난해 7월 말에는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열심히 훈련해도 기량은 늘 제자리였다. 주위의 관심은 부담이 됐다. 김문호는 “천재 타자라는 말을 듣는 게 내게는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악순환 속에서 그는 10년을 버텼다.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장종훈 롯데 타격코치는 “김문호는 프로 입단 후 야구가 잘 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다. 자신감을 찾아주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술적인 변화도 줬다. 주로 잡아당겨 치던 김문호는 지난해부터 타격을 할 때 무게 중심을 발뒤꿈치 쪽에 두고 훈련을 했다. 덕분에 밀어쳐도 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김문호의 안타 행진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과거에는 조급한 나머지 유인구에 속는 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자신감이 생긴 덕분에 삼진도 줄었다”고 말했다. 팬들은 요즘 그를 ‘대(大)타자’라고 부른다. 김문호는 “최근엔 내 스윙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타자’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환-히메네스 나란히 12호 홈런=LG는 수원 kt전에서 9-7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 김재환(28)과 함께 홈런 공동 1위를 달리던 LG 히메네스(28)는 4회 솔로포를 터뜨리며 한 발 앞섰다. 10분 뒤 김재환도 서울 잠실 KIA전에서 4회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넥센은 6회 터진 박동원의 스리런포에 힘입어 5-3으로 승리, NC전 홈 8연패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연장 10회 한화 포수 조인성의 끝내기 실책으로 5-4 승리를 거뒀다.
◆프로야구 전적(17일)
▶NC 3 - 5 넥센 ▶LG 9 - 7 kt ▶롯데 3 - 7 SK
▶KIA 3 - 4 두산 ▶한화 4 - 5 삼성 <연장 10회>
▶NC 3 - 5 넥센 ▶LG 9 - 7 kt ▶롯데 3 - 7 SK
▶KIA 3 - 4 두산 ▶한화 4 - 5 삼성 <연장 10회>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