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6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2타점을 기록했다. 컵스 선발 존 레스터를 상대로 두 타석 연속 침묵했던 강정호는 7회 2사 2루에서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9회에는 헥터 론돈을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시속 96마일(약 155㎞) 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피츠버그는 선발 게릿 콜의 8이닝 3피안타·무실점 역투와 강정호의 활약을 더해 2-0으로 이겼다.
강정호는 소문난 마무리 킬러다. 이날 홈런을 빼앗은 론돈은 2014년 29세이브, 2015년 30세이브를 올린 컵스 마무리다. 올해도 한 번의 구원 실패 없이 7번의 승리를 지켰다. 강정호는 MLB 데뷔 홈런도 마무리로부터 때려냈다. 지난해 5월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트레버 로젠탈로부터 0-1로 뒤진 9회 동점포를 날렸다.
오승환의 팀 동료이기도 한 로젠탈은 지난 2년간 93세이브를 거둔 특급 소방수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글렌 퍼킨스(미네소타 트윈스)도 지난해 7월29일 경기에서 강정호에게 결승 홈런을 내줬다. 강정호는 미국 진출 당시 대결을 희망했던 '170㎞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과도 2타수 1안타·1볼넷을 얻어냈다.
강정호가 마무리 투수들에게 유독 위력을 발휘하는 건 뛰어난 직구 대처 능력 덕분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95마일 이상 공을 상대로 타율 0.422를 기록해 MLB 전체 2위에 올랐다. 이날도 론돈이 6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진 뒤 직구로 승부했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지난해 채프먼을 상대로 기록한 안타도 100마일 포심패스트볼을 때려 만든 것이었다. 적극적인 승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강정호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지난 10일 신시내티전에서는 3타석 연속 초구를 때리기도 했다. 뛰어난 구위를 내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마무리들과 좋은 승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