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봉지에 미국 달러화 지폐를 숨겨 총 1170만 달러(약 137억원)를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은박으로 내부가 포장된 초코파이 봉지는 공항의 X선 수하물 검사에서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신종 범죄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뒤 이를 필리핀으로 빼돌린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필리핀 국적의 총책 A씨(40)와 운반책 B씨(32) 등 2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필리핀 국적의 모집책 C씨(39)와 한국인 환전업자 권모(57·여)씨는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은박 포장 공항 X선 검사 안 걸려
필리핀 보내 수수료 챙긴 일당 적발
이들은 초코파이 봉지 1개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최대 30장까지 넣어 밀봉한 뒤 화물로 위장하거나 운반책 B씨가 직접 들고 필리핀까지 갔다고 한다. 총책 A씨는 송금 수수료에 위험 수수료까지 붙여 매달 300만~40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경찰 조사에서 A씨 또한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줄곧 타인 명의의 외국인 등록증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지시를 받은 운반책 B씨는 필리핀까지 달러를 운반하는 대가로 1회에 30만원을 받았고, 모집책 C씨는 불법 송금 영업을 펼치며 한 건당 5000원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