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이 격년제로 기획하는 ‘아트스펙트럼 (ARTSPECTRUM)’은 한국 미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로서 흥미롭다. 미술 관련 학과에서 한 해 수천 명이 배출되는 작가 지망생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솜씨로 걸러진 선발자 작품으로 이 바닥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선정된 10명(팀)은 평균 연령 30대 중반에 영상설치물에 강하고 안정된 기법으로 발언한 점이 눈에 띄었다. 폭발하듯 주제 의식을 밀어붙이는 뚝심보다는 기교의 안정을 바탕으로 한 정돈된 형태의 깔끔함이 얄미울 정도였다. 아마도 한국 사회 전반의 의식과 분위기가 반영된 태도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신진작가 10인 전시 ‘아트스펙트럼’
가족계획서 4·3사건·우주탐사까지
다채로운 한국 미술의 현재 보여줘
전통적인 캔버스 작업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오히려 주목받은 이호인의 회화 작업은 우리가 늘 보는 풍경의 일상화를 경계하는 속내를, 특이한 색채감과 공간감으로 깨닫게 한다. 김영은의 ‘1달러어치’는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물질화했다. 박민하의 ‘리믹싱 타임스페이스’는 달과 화성을 놓고 경쟁하는 강대국의 우주탐사 경쟁에 ‘왜?’라는 의문부호를 단다.
안동일의 ‘우리의 팔도강산’은 1960~70년대 민족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위인 동상에 새겨진 문구로 되돌아보게 한다. 덴마크 입양아인 제인 진 카이젠은 고향 제주의 4·3사건을 기억에서 불러낸 ‘거듭되는 항거’와,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빨강 필터’에 대한 관조를 담은 ‘빨강의 색조를 본다는 것’을 통해 역사성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이준 부관장은 “젊은 미술인들이 제각기 탐조등을 켜고 바라본 한국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관객 가슴 속으로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 중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수상자 1명(팀)에게 상금 3000만원을 준다.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등 다양한 전시연계 프로그램(leeum.org)이 이어진다. 28일 오후 2시에는 작가 추천위원단이 ‘아트 스펙트럼을 통해 본 젊은 시대 미술의 지형도’를 주제로 강연한다. 02-2014-690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