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보니 ‘중국 사람이 동시에 발을 구르면 대륙이 움직인다’는 우스갯소리나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가 바뀐다’는 비유는 이제 중국 대신 페북으로 바꿔 넣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네이버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페북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이용자가 늘면 활동적이지 않은 신참들 탓에 통상 그 사이트 안에서 머무는 평균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인데 페북은 이 법칙도 거스르고 있다. 이용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지만 평균 이용시간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40분(2014년)에서 50분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페북은 이 50분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이용자를 더 오래 페북 안에 잡아두겠다며 최근 알고리즘(일종의 작동방식)을 또 바꿨다. 사실 ‘시간’은 페북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미디어의 화두다. 오래 잡아둘수록 이용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는 물론 광고 유치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렸던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의 빅데이터 콘퍼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의 광고 책임자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얻기가 어려운지를 “(제 아무리 대단한) 저커버그라도 어쩔 수 없는 게 바로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이야기했다. 과연 그럴까. 페북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알고리즘 변경을 앞세워 시간싸움에서도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위인 유튜브의 평균 이용시간은 페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는 페북. 그 갇힌 세계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페북 입맛에 맞게 조련당하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솔직히 좀 두렵다.
안혜리 뉴디지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