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에 도착한 곳은 까마구에이(Camagüey)였다. 조용하고 맑은 공기와 깔끔한 식민지풍 건물이 눈에 띄는 이 도시는 스페인이 건설한 7개 도시 중 하나이자 쿠바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다. 1528년에 건설된 도시 까마구에이는 수도 아바나에서 약 550㎞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약 6시간 반 걸린다.
영화와 도자기의 도시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지구에 있는 작은 호텔 까미노 데 이에로(Camino de Hierro)는 1800년대에 지어진 부띠끄 호텔이다. 호텔의 로비는 아담하다. 식민지 풍의 건물답게 큰 문이 있고 열린 문 사이로 시원하게 밖이 내다보였다. 노란 교회와 작은 광장, 바쁜 걸음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들까지. 낯선 도시 까마구에이는 첫인상부터 단정했고 친근했다.
까마구에이는 예술 도시다. 영화와 문학, 미술과 깊은 인연이 있다. 쿠바의 유명 시인 니콜라스 기옌(Nicolás Guillén)이 까마구에이 출신이다. 쿠바의 유명한 영화배우 이사벨 산토스(Isabella Santos)도 까마구에이가 고향이다. 도시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식당 ‘레스떼우란떼 라 이사베야(Restaurante la Isabella)’가 있다. 영화를 테마로 한 식당이다. 벽에는 영화 포스터가 가득 걸려 있고, 영사기도 전시해뒀다. 의자에는 유명 감독과 영화배우의 이름이 쓰여 있다. 레스토랑 주변 거리에도 영화를 테마로 한 카페나 극장이 즐비하다.
까마구에이는 스페인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흙을 재료로 한 예술품이 많은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물항아리가 대표적이다. 까마구에이의 오래된 건물이나 박물관 등에는 흙으로 만든 동글동글한 물 항아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물을 받아서 생활에 사용하던 것이다. 물론 흙 도자기뿐 아니라 예술가의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다양하고 재미난 작품을 전시해둔 갤러리도 많았다.
친구처럼 편안한 도시
까마구에이는 천천히 걸어서 여행하기에 좋은 도시다. 작고 아담한 광장이 도시 곳곳에 있다.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게 오래된 파스텔톤 건물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걸어서 골목을 걷다 보면 꼬불꼬불 난 길에서 몇 번이고 지도를 펼치거나 길을 다시 물어야 한다. 다른 도시가 반듯하게 자로 댄 듯 구역이 정비된 것에 비해 이곳은 조금 독특하다. 골목이 비뚤빼뚤해서 여간 찾기가 쉽지 않다.
작은 도시 까마구에이가 남긴 인상은 바로 이 술집처럼 푸근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이름도, 찾아가는 길도. 그러나 금세 친해지고 나니 오랜 친구처럼 헤어지기 아쉬워 한없이 머물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