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평양에 들어온 그는 일반 외신기자들과 달리 노벨상 수상자 3명 등과 함께 방북했다. 노르웨이 출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핀 키드랜드 미국 UC산타바바라 대학 교수, 영국 출신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트 경, 이스라엘 출신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하노비어 하이파공대 교수,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평화재단(IPF) 고문인 알프레드 리히텐슈타인 왕자 등이 동행했다.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는 이번 방북 때 평양의 지하철역부터 놀이공원, 유원지 등 시내 곳곳을 누비며 평범한 북한 주민의 모습을 담은 기사를 수차례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북한 지도부가 평양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 BBC 보도에 불만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윙필드-헤이즈 기자는 지난달 30일 평양 도착 직후 BBC 홈페이지에 이번 취재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이어“조금이라도 ‘각본에 없는(off scrip)’ 북한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이번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12년 전에 북한에 왔을 때는 내 모든 여행 일정이 꽉 짜여있고, 분 단위로 모든 게 정해져 있었다”고 지난 방북을 떠올렸다.
윙필드-헤이즈 기자는 “당시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따라붙어 나를 지켜봤고,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어 중국에 두고 와야 했다”며 “평양 사람들의 평범한 출근길 모습을 보고 싶어 몰래 아침 일찍 얼어붙은 강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있으려니 군인이 덤불에서 뛰쳐나와 당장 나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corpulent and unpredictable son)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며 이 어린 김씨(Young Mr Kim)는 몇 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북한은 여전히 인터넷도 없고, 오직 하나의 국영 TV 채널과 라디오 방송만 존재하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어 윙필드-헤이즈 기자는 “그래도 지금은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등 작은 변화들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나와 동행한 노벨상 석학들도 이번 방문이 북한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헤이스 기자의 어떤 보도를 문제 삼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지난 4일 노벨상 수상자들과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내부를 취재하던 중 김일성 동상을 촬영해 북측 관계자에 제지를 당하는 모습이 BB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발단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BBC는 해당 영상에서 김일성대 컴퓨터실을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가 컴퓨터를 열심히 보고 있던 한 학생에 직접 인터넷을 접속해보라고 하자 당황만 한 채 결국 접속을 하지 못하는 장면을 편집없이 내보냈다.
기자와 동행한 1993년 노벨의학상 수상자 리처드 로버츠 박사는 이 영상에서 “교원들이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정직하게 말하지 않고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하는 척 하는 모습이 매우 우려스러웠다”며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 선전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외신들을 평양에 대거 초청해 현재 약 130명의 취재진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회장소인 4·25 문화회관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헐(Hull) 대학에서 동남아시아학을,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극동아시아학을 전공한 뒤 대만에서도 공부했으며 BBC에는 1999년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서는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에서 특파원을 지냈으며 2012년부터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중이다.
배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