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6~7일 진행된 보고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전파(확산) 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 실현에 노력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핵 개발 의혹을 부인하며 탈퇴했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NPT에 의거해 북한은 어떤 핵도 가질 수 없다는 게 유엔 결의의 핵심”이라며 “ 세계의 비핵화 운운한 것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연초부터 몰아친 북한의 도발은 결국 핵 능력을 고도화시켜 북·미 협상을 하려는 게 목표였다”며 “김정은이 연설로 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경제·핵 병진노선을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 전략적 노선”이라고 선언했고, “실용 위성을 더 많이 제작·발사하라”고 지시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7만2000자 핵포기 거부 선언
김정은은 “개혁·개방 바람을 선군 총대의 기상으로 날려버렸다”면서도 무역 확대와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유치를 강조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초강력 대북제재가 닥친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7만2000자에 달하는 김정은의 사업총화 보고를 8일자 노동신문 9개 면에 걸쳐 전문(全文)을 실었다. 또 ‘특별중대방송’이라고 예고한 뒤 조선중앙TV로 3시간 녹화중계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형구 기자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