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리스트' 8인, 구명 로비 도운 의혹

중앙일보

입력 2016.04.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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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최모(46) 변호사와 ‘과다 수임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자신의 구명 로비를 도와주던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 측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1월 서울구치소에 접견하러 온 최 변호사에게 대학노트 한 장짜리 종이에 8명의 실명을 적어 건넸다. 정 대표는 이 종이를 자신의 측근인 P씨에게 전하라고 주문하며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변호사에게 "로비 그만두라” 쪽지
현직 부장판사, 전 검사장 등 포함

정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메모지에 ‘빠져라’라는 세 글자를 자필로 남기기도 했다. 최 변호사 측은 그러나 명단에 적시된 실명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 리스트에는 정 대표와 가깝게 지내온 K부장판사, 검사장 출신의 H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성형외과 의사 L씨와 법조 브로커 L씨 등의 이름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메모가 작성된 지난 1월은 해외 원정 도박사건 1심을 마친 뒤 항소심 재판이 막 시작된 때였다. 항소심 단계에서 정 대표는 최 변호사를 중심으로 새 변호인단을 꾸렸다. 정 대표는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다른 인사를 통해 최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최 변호사는 이후 메모 내용을 정 대표 측근 P씨에게 실제로 전달했다고 한다.


최 변호사의 한 측근은 “최 변호사는 비정상적인 구명 로비에 의존하고 있던 정 대표에게 정상적인 변론 활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며 “최 변호사의 조언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인 정 대표가 ‘로비 중단’을 주문하는 쪽지를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리스트가 있다면 정 대표가 평소에 관리해온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구명과정에서 금품을 전달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다 수임료 수수 문제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 대표 측 인사는 “20억원을 순차적으로 분할해 받았다는 최 변호사의 아주 기초적 주장부터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첨부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