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첫째, 우선 인적 구성부터 따져보자. 국가 외교정책을 담당할 인물에는 웬디 셔먼(전 국무부 정무차관), 커트 캠벨(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제이크 설리번(클린턴 캠프의 외교정책 조정관), 로라 로젠버거(클린턴 캠프의 외교정책 부조정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캠벨을 비롯해 모두 아시아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다.
둘째,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즉 목표는 계속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될 것이다. 북한의 군사·경제 병진(竝進) 노선이 어떻게 전개되건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공화당 행정부건 민주당 행정부건 결코 등한시할 수 없다.
셋째, 신 행정부 정책의 특징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강력한 방어와 억지가 될 것이다. 미국은 대북 관여(engagement)보다는 동맹국들과 정책조율 및 국방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한·미·일 3국 간의 국방협력 강화와 정보공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저지하기 위한 미사일방어 협력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미국의 외교는 계속 대북제재를 강조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석탄·에너지·광물 수입과 관련된 중국의 대북제재를 요구할 것이다.
다섯째,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미·중 협력을 중시할 것이다. 최근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결과 중 하나는, 미·중 양국이 자국 영토가 제3국의 사이버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기로 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앞으로 예상되는 차기 미 행정부의 5가지 대북정책 기조를 살펴보니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실행하고 있는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미국의 국민과 유권자는 ‘클린턴 대통령’ 시대의 대북정책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은 그것이 옳건 옳지 않건 대중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수동적이며 효과도 없다. 따라서 클린턴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에 붙은 레이블(label)을 폐기처분하고 뭔가 다른 정책을 예고하는 새로운 수사(修辭)를 구사할 것이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중국이 제시한 ‘병행 선로(parallel tracks)’를 수용하는 쪽으로 미국이 기우는 듯한 인상을 준다. 즉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과 비핵화 회담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클린턴 행정부’가 그러한 구상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병행 선로’에 대한 차기 미 행정부의 수용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나 차기 한국 정부가 그런 가능성을 고려할 의사가 있다면 미국 또한 병행 선로 정책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의 가능성은 현재 학술적인 성격의 차원에 머물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그 어떤 비핵화 회담에도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만약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한·미·중 고위급 대화에 조용히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는 점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북한 정권의 성격은 전략적인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부의 불안정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미·중 3국의 책임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는 모두 예감에 입각한 것일 뿐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북한의 움직임이다. 북한은 미국의 차기 정부 초반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은 자신과의 거래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를 전후로 다양한 도발을 즐겨 해왔기 때문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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