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하신 주호영 후보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패인은 오직 한가지, 후보 자신의 부족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관계자는 17일 “당시 선거가 치열했던 만큼 ‘패해 아쉽다’‘억울하다’는 낙선소감을 예상했는데, 유 후보는 상대후보에 대한 축하와 함께 모든 패인을 자신에게 돌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당선사례보다 더 눈길을 끄는 ‘명(名) 낙선사례’의 계보는 이번 4ㆍ13총선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①자아비판형= 대표적인 게 구상찬 후보의 낙선 사례다. 그는 서울 강서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후보에게 5%p(5138표) 차로 패한 뒤 지역주민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신 유권자 여러분께 다시한번 잘 선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금태섭후보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를 비롯해 중앙당, 청와대 등 오만방자한 저희들의 잘못된 행태에 채찍을 드신 유권자 여러분께서 이번 새누리당의 완전한 패배로 조금이라도 화나셨던 마음이 풀리셨으면 합니다.”
-왜 이런 낙선 사례를 남겼나.
“나의 솔직한 마음을 낙선 사례로 썼을 뿐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쓴 걸 후회하지 않는다다. 오히려 잘 썼다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당과 청와대가 정말 오만방자했나.
“총선 당일 투표소에 갔더니 내 앞에 줄을 선 40대 아주머니가 새누리당 후보인 나를 경멸하는 듯하게 쳐다보더라. ‘아~ 이번엔 혹독한 심판이구나’하는 걸 직감했다.”
구로을에서 낙선한 새누리당 강요식 후보도 “저는 어느 누구의 탓을 하지 않겠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며 “선거운동기간 중에 혹시라도 섭섭한 점이 있다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아시고 널리 사랑의 마음으로 감싸주세요”라는 낙선 사례를 남겼다.
이어 “선거에서 평택시민의 택함을 받지 못했지만 대표 선거공약이었고 또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평택나눔재단’을 만들어 따뜻한 사회, 따뜻한 평택에 일조하고자 한다” 며 “평택나눔재단 추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여 약속한대로 나눔기금 100억원 조성을 이뤄내겠다” 고 강조했다.
④귀향형·반성형=재선의 문턱에서 넘어진 새누리당 김동완 후보(충남 당진)는 페이스북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돌이켜 보면 제 고향 당진에서 지난 5년간 저의 부부는 행복했다.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 번도 쉬지 못하고 허겁지겁 살아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 가족과 이웃들과 오손도손 살고 싶다. 이웃으로 포근히 감싸주신다면 더 없는 행복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어기구(53) 당선인에게 1.6%p(1180표)차로 석패했다.
반성문에 가까운 낙선사례를 한 후보도 있었다. 더민주의 오창석 후보(부산 사하을)는 선거에서 진 후 페이스북에 “졌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수치로 졌습니다.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득표율이라 사과를 드리는 것조차 송구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⑤재도전형=더민주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는 14일 부여행 버스에 승차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소박한 꿈이 있었습니다. 부여와 청양에서 버스타는 국회의원을 진짜로 보여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민과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공주에서처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비록 낙선자로 버스를 타지만 버스 안에서 주민들이 너무 반겨 주십니다. 부여와 청양의 변화, 주권자와 정치인의 신뢰부터 시작합니다. 행복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후보는 의원시절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공주를 고속버스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박 후보는 당선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에게 3.1%p(3367표)차로 패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