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더하다. 내부고발자는 영웅은커녕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고발이 진실이었고 공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밝혀져도 ‘저런 사람 무서워서 어디 누가 같이 일하겠어?’라며 수군거린다. 사회를 유교적 가족공동체로 바라보는 농경사회의 윤리관이다. 소속 집단은 가족과 같고 상사는 부모와 같으니 잘못은 숨겨 줘야 한다. 의리가 찬양되고 장세동의 무조건적 충성이 미담이 된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있나, 그러는 너는 얼마나 깨끗한가 보자, 조직에서 혜택 받을 건 다 받고 딴 속셈으로 뒤통수를 치는 것일 거야. 슬픈 것은 대단한 나쁜 짓을 해 볼 기회도 없고 뒤가 구린 이득을 분배받는 공범씩이나 되지도 못하는 소시민들이 이런 식으로 배신당한 보스에게 감정이입을 한다는 점이다.
제보자는 진실을 밝히는 계기일 뿐이다. 한 점 티끌 없이 고결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가 어떤 동기를 가졌든 결과적으로 당신의 몫을 가로채며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는 권력자들의 치부를 폭로하여 당신에게 득을 주는 사람이다. 누가 당신에게 이익을 주고 누가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정신 차리고 보아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시민 이익의 대변자로 보호받고 보상받아야 권력자들이 긴장한다. 발각될 리스크를 고려에 넣도록 만들어야 대범한 도둑질을 못한다. 조심이라도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눈먼 의리가 아니다.
문유석 판사·『개인주의자 선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