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부터 106까지, 어떻게 해도 안에서 살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 김동호는 침울한 표정으로 좌상귀를 노려보다가 턱을 괸다. 이미 중앙의 악전고투로 많은 시간을 물처럼 흘려보내 곧 초읽기에 쫓길 상황이다. 흑A로 끊거나 흑B의 껴붙임이 급소 같지만 지금 당장은 맛만 그럴듯할 뿐 수가 나지 않는다. 아무런 활용도 없이 좌상귀 흑 일단이 고스란히 잡히면 김동호가 고대하던 역전드라마는 연출 없는 대본으로 폐기된다.
진땀 나는 고뇌 끝에 107이 떨어졌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 ‘참고도’ 백1로 받아주면 흑2, 4를 선수하고 흑6으로 껴붙여 수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107이 예상에 없던 수였을까. 이번에는 스웨가 턱을 괸다. ‘참고도’의 주문을 받아주는 건 어쩐지 꺼림칙하다. 가장 강력한 응수는 백C인데….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