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선은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라는 첫 정면 승부에서 트럼프가 참패했다는 점에서 공화당 경선 판도의 급변을 예고한다. 경선을 앞두고 공화당 주류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크루즈 지지를 선언했고, 바닥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내 6개 보수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은 일제히 트럼프 비토에 나섰다. 반트럼프를 기치로 만들어진 ‘우리의 원칙’이라는 단체는 트럼프 비난 광고비로 200만 달러(23억원)를 풀었다.
특히 트럼프로선 충성층이었던 저학력·저소득층이 이탈한 게 치명적이다. CNN 출구조사 결과 대졸자(트럼프 33% 대 크루즈 46%)만 아니라 고졸 이하(트럼프 39% 대 크루즈 45%) 응답자층에서도 트럼프가 밀렸다. 연소득 10만∼20만 달러의 고소득층(트럼프 31% 대 크루즈 54%)은 물론 3만∼5만 달러의 저소득층(트럼프 40% 대 크루즈 43%)에서도 트럼프는 졌다.
낙태 처벌, 한·일 핵 허용 발언 구설공화 반트럼프 진영 일제히 비토저학력·저소득층 표 이탈 치명적
위스콘신 패배는 트럼프에게 향후 더욱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대의원 과반수인 ‘매직 넘버’ 1237명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는 그간 736명을 얻었는데 위스콘신에서 3명을 추가하는 데 그쳐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경우 공화당은 1948년 이후 68년 만에 처음으로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확정한다. 오는 7월 중재 전당대회에서 1차 투표 때 과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2차 투표부터는 ‘트럼프 대의원’의 족쇄가 풀리기 시작한다. 의무적으로 트럼프를 찍어야 했던 이들도 자유롭게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중재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가 아닌 다른 인사를 후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일각에선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제3의 후보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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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트럼프 부인 반라 사진까지…막가는 미 대선
◆민주당 경선에선 샌더스 승리=민주당에선 샌더스 의원이 지난달 22일 이후 7개 주에서 진행된 경선 중 6곳을 싹쓸이하며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3월 1일 수퍼 화요일 경선, 3월 15일 미니 수퍼 화요일 경선 등 큰 승부에서는 패했지만 이후 백인 노동자층이 많은 중부·북부에선 연승을 이어 가며 경선 동력을 오히려 키웠다. 현재로선 클린턴 대세론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그럼에도 오는 19일 대의원 291명이 걸려 있는 뉴욕주 경선이 빅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주가 상원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클린턴 전 장관이나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샌더스 의원 모두 이곳에서 지면 상처를 입는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으로선 뉴욕 패배는 텃밭이 무너지는 격이라 자칫하면 자신을 지지해 온 상·하원 의원과 당 지도부, 민주당 당직자 등 수퍼 대의원들이 심적으로 동요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