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검증 '팩트체커 뉴스'란? 제보 및 제안 메일 politics@joongang.co.kr
공약은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선물보따리가 아니라 세금청구서”(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다. 꼼꼼히 따져야 한다. 특히 철도ㆍ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엔 세금이 들어간다. 중앙일보 팩트체커팀은 전북 군산에 출마한 김관영 후보(국민의당)의 ‘서해안축 신고속철’ 공약을 검증했다. 김 후보의 공약을 점검한 건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런 대규모 SOC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다.
“환 황해 아시아 경제시대를 맞아 장항선을 복선전철화하고 신고속철을 도입해 이르면 2021년까지 군산에서 서울까지 1시간1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 (3월 9일).
서해안축 철도는 군산에서 서울까지 205.9km 노선이다. 장항선 복선전철-서해선 복선전철-신안산선이 들어있다. 이 중 서해선(홍성~송산)은 3%정도 공사가 진행돼 2020년 완공 목표다. 신안산선은 올 상반기 민자사업을 고시하고 내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장항선(신창~대야)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비조사)가 진행중이다. 철도 건설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라 예비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크게 ‘기본구상→예비조사→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기본설계→실시설계→시공’ 의 과정을 거친다.
"실제 타당성조사 통과는 30%뿐"의원 후보 1명이 4개 시·도 잇는국책 사업 공약 내건 것도 문제
하지만 ‘구축계획’이 착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2011년 제2차 구축계획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기본계획 단계다. 무엇보다 전체 노선을 볼 때 2021년 완공은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당장 예비조사부터 완공까지 평균 8년이 걸린다. 신안산선의 경우 사업 고시 뒤 준비기간 6개월, 사업자 선정 및 협상에 최소 6개월~1년, 실시협약을 맺고 실시계획과 실시설계 승인을 받는데 1년은 걸린다고 업계에선 전망했다.
또 김 후보는 시속 250km급 전동차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제기준상 시속 200km이상은 고속철로 분류한다. 하지만 노선이 문제다. 직행이 아니라 여러 역에 정차하며 갈 경우 속도는 느려진다. 시속 300km급 고속철인 서울-부산 KTX도 평균속도는 시속 220km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전북-충남-경기-서울을 잇는 대규모 역사(役事)를 공약으로 내거는 건 무리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국토 구상의 일부인 거대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는 후보들은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행정권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연규 박사는 “수도권을 지나는 신안산선은 역이 많고 노선이 복잡해 속도가 떨어진다. 고속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병권 수석 전문위원은 “시·도별 SOC 공약은 정부의 시행 의지가 강하면 실현성이 커질 순 있다. 의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적인 국가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도입하겠다’는 식으로 장밋빛 전망을 약속한 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행위다.
팩트체커의 판단은
‘대부분 거짓’.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 김관영 의원은 6일 “신고속철 완공 시기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장항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선로에 전철화 공사만 하는 일이라 사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김 의원은 국토부 철도건설과 답변을 근거로 “장항선 복선전철화사업은 복선노선 개량 공사 중인 구간에 궤도와 전차선만 부설하는 사업이므로 단기간(3~4년) 내에 완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서해축 고속화 계획은 단위 사업 별로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이다. 전북·경기·서울 축의 관련 국회의원들이 함께 정부에 조기 추진을 건의하고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면 완공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국토부 답변을 공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