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바지에 로퍼 신고 오늘도 '관광버스 춤' 76세 김종인

중앙일보

입력 2016.04.05 05:30

수정 2016.04.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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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로데오거리에서 면바지에 ‘로퍼’ 신발을 신고 당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조문규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정장구두를 벗어던지고 ‘로퍼’로 갈아 신었다. 로퍼란 바닥이 고무 재질인 끈 없는 신발을 말한다. 전날까지 양복에 구두, 넥타이 차림을 고수하던 김 대표는 이날은 넥타이도 매지 않고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이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돌아다니기 위한 ‘선거복’ 차림으로 김 대표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더민주 전혜숙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나타났다.

역대 최고령 선거사령탑
2박3일간 700㎞ 강행군 일정 소화
피곤하면 유세트럭에 기대기도

식품영양 전공 부인이 건강 챙겨
"결혼 후 인삼·홍삼 하루도 안 걸러"

김 대표는 이날 오전 8시50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집권 여당의 오만을 견제할 수권정당이 과연 어디인지 현명한 수도권 유권자들이 판단해 달라”고 또랑또랑한 어조로 말했다.

김 대표는 1940년생으로 올해 76세다. 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정계에 복귀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96년 당 총재로 15대 총선을 지휘했을 당시(72세)보다 나이가 많다. 현재 총선 유세를 이끄는 각 정당 대표 중 가장 연장자일 뿐 아니라 그동안의 선거사령탑을 살펴봐도 ‘역대급’ 최고령이다.

그런 김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 분당·용인·수원 등을 돌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지원 유세를 다녔다. 지난 1일부터 2박3일간은 전북·광주·제주를 거쳐 700㎞가 넘는 지역을 이동했다. 분당 서현역에서 열린 김병관(분당갑) 후보의 유세장에선 양손에 ‘브이(V·기호 2번)’자를 한 채로 몸을 흔들며 유세단과 함께 춤도 췄다. 지난 3일 서울 방화 근린공원에선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다가 파란 가발을 쓰고 ‘망가진’ 적도 있다.


김 대표는 “유세가 힘들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재경 선대위 대변인은 “워낙 기초체력이 좋아 특별히 관리라는 걸 하지 않는다”며 “잦은 연설로 목이 쉬는 경우가 있어 차에 목캔디를 배치해 놓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행군을 계속하면서 피곤한 기색을 보인 적은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김 대표는 9개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 장소인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후보의 지원 유세에선 피로를 느껴서인지 유세트럭 벽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뒤 지지 발언을 끝내자마자 유세차량을 떠나려 했다. 김 후보가 “대표님 잠시만요”라고 만류해 출발을 막았으나 아직 다른 유세 순서가 남았는데도 또 떠나려 해 김 후보가 두 차례 더 붙들기도 했다. 4일 오후 죽전네거리에서 열린 표창원(용인정) 후보 지원 유세 땐 자신의 연설 차례 직전까지 커피숍에서 휴식을 취하다 유세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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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김 대표의 건강 관리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전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체중 조절 식단을 드셔왔는데 요즘은 힘을 많이 써야 하니 고기나 생선 등 고단백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깃국 메뉴로 바꾸느라 내가 바빠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대표가)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며 “결혼 후 40여 년 동안 인삼과 홍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준비해 드렸는데 그게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삼과 대추를 달여 물 대신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드시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평소 서너 시간 저녁식사를 하면서 매실주 두세 병을 비울 정도로 반주도 즐긴다. 서울의 한 호텔 헬스클럽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사우나에서 하는 거지 뭐”라고 답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