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로 불리는 문서는 미국 외교 기밀문서를 공개한 2010년 위키리크스,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을 폭로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문서보다 방대한 분량이다. 여기엔 조세도피처를 이용한 고객 명단과 이들의 금융 거래 내용이 포함됐다.
파나마 ‘모색 폰세카’서 유출전·현직 국가 정상 12명 포함푸틴 이름은 명시 안 됐지만측근 통해 2조원 흘러들어가
그러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되갚았다는 기록은 없었다. 본인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자금 흐름의 출처와 종착지가 푸틴과 지나치게 가깝다. 푸틴의 오랜 친구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로두긴은 로시야은행의 지분 3.2%를 갖고 있고, 오존 리조트에서 푸틴의 둘째 딸이 결혼했다. “아파트와 차 말고는 재산이 없다”던 로두긴은 최소 1억 달러(115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600만 달러(69억원)의 빚을 1달러로 탕감받는 등 수상한 거래로 자산을 쌓았다.
|청룽도 유령회사 6개 소유
아이슬란드 총리 사임 압박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문서 공개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부인과 함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2009년 의회에 입성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1달러에 부인에게 팔았다. 유령회사는 물려받은 유산을 굴리는 데 사용됐고,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 채권 수백만 달러어치에도 투자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정부와 협상 중인 채권단의 일부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세 회피범을 적극 추적하느냐는 의회의 질문에 “그런 정보를 획득하는 일이 현실적이고 유용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홍콩 배우 청룽(成龍) 등 유명인사도 명단에 포함됐다. 메시는 스페인에서 유령회사를 통한 탈세 수사를 받는 중에 모색 폰세카를 통해 파나마에 ‘메가스타엔터프라이즈’라는 새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이 드러났다. 청룽도 모색 폰세카가 관리하는 회사를 최소 6개 소유하고 있었다. 모색 폰세카는 고객들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설립한 로펌이다. 역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 세계 넷째 규모이며, 30만 개가 넘는 유령회사를 운영해 왔다. 문건 폭로에 따른 의혹에 대해 모색 폰세카는 성명에서 “40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난받을 만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3년 전엔 1324억원 추징=국세청은 2013년 역외 탈세 의혹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뉴스타파가 그해 5월 182명의 한국인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재산을 빼돌렸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6)씨, 이수영(73) OCI 회장, 최은영(53) 유수홀딩스 회장(당시 한진해운 회장)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자체 조사와 함께 미국·영국·호주 세무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한 달 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주요 조세회피처의 유령회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4용지 1억4000만 장에 이르는 이 자료에는 역외 탈세가 의심되는 405명의 한국인 명단이 담겼다. 국세청은 자료를 분석한 뒤 혐의가 짙은 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런 사실은 2014년 10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당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국세청이 4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1324억원을 추징했다. 이 중 전재국씨, 이수영 회장, 오정현 전 SSCP 대표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주희·하남현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