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도전한다…파키스탄 최초의 여성 복싱훈련캠프

중앙일보

입력 2016.03.28 10:39

수정 2016.03.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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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파키스탄 카라치의 빈민가 리아리에 사는 카디야(16)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복싱 챔피언 나디르 카치를 찾아가 복싱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카디야는 복싱에 관심이 있었지만 여자를 받아주는 도장이 없어 동영상으로 혼자 연습해야 했다.
 

파키스탄 최초의 여성 복싱훈련캠프 [사진 인스타그램]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도를 올리는 연습생들 [사진 인스타그램]


카치는 카디야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코치인 유니스 캄브라니를 소개해줬다. 자신의 두 딸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캄브라니는 흔쾌히 카디야의 요청을 수락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에서 십수 명의 소녀들이 복싱을 배우기 위해 모여들었다. 현재 총 13명의 소녀들이 캄브라니로부터 복싱을 배운다.

 

파키스탄 여성 복싱훈련캠프에서 훈련받는 연습생 [사진 인스타그램]


파키스탄 복싱협회는 1948년 설립됐지만 아직 여성 선수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파키스탄 최초로 여성복싱훈련캠프를 개설한 신드복싱연합(SBA)의 아스가 발로흐 총무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선 여성에게 하키·크리켓·축구 등 격렬한 운동을 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여성 복싱훈련캠프의 아남(17)과 동생 우루즈 [사진 인스타그램]


SBA의 훈련캠프는 냉난방 시설이나 변변한 화장실조차 갖춰지지 않은 1층짜리 가건물이지만 소녀들은 개의치 않는다. 이곳에서 복싱을 배우고 있는 소녀 아남(17)은 "친척들은 나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언젠가 꼭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며 "사람들이 복싱하는 여자들을 보게 되면 자신의 딸도 가르쳐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로흐는 "올림픽·아시안 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남자 선수들처럼 파키스탄을 빛낼 여자 선수들을 배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든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