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환율변수로 덮고 지나가기엔 장기추세가 못내 위태롭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10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스웨덴은 4년, 독일·덴마크는 6년 걸렸던 과정을 한국은 두 배의 시간을 투자하고도 아직 지나지 못하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2007년까지 5% 안팎을 오르내리던 성장률은 지난해 2.6%까지 하락했다. 올해도 3%선을 내다보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환율효과를 이겨내기 버거울 만큼 경제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5% 안팎으로 추산됐지만 요즘은 3%도 안 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기업 부문의 혁신도 부진한 탓이다. 철강·자동차·조선·정유 같은 주력 산업은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를 걱정하고 있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대기업과 노후가 불안한 가계는 번 돈을 쌓아둘 뿐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투자와 소비가 줄고 전체 시장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벗어날 길은 구조개혁뿐이다. 노동시장은 물론 기업과 산업정책, 국가의 장기전략까지 예외가 될 수 없다.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하드웨어 마인드, 수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수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침 각 정당의 총선 지휘봉을 경제통들이 쥐고 있다.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구조개혁 방안이 이번 총선에서 제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