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은 한국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에 호기심이 많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102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1105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액기부자들은 아너 소사이어티 총대표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게 앞 다퉈 미팅을 요청했다.
유나이티드 웨이에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인 멕시코의 알폰소 빌랄바 뷔페티빌랄바로펌 파트너변호사는 “멕시코판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억대 기부자 5년새 10배
해외서도 ‘기부 한류’에 큰 관심
아너 소사이어티가 아니더라도 기업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한샘드뷰(DBEW)연구재단에 사재(4500억원)를 기부했다. 벤처 1세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515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에 출연한 사실도 유명하다.
그러나 기업이 이익에만 목을 맨다는 차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는 무관심하다는 주장이다. 불경기라는 이유로 돈을 꽁꽁 싸매고 있다가 번 돈을 투자·임금·배당에 쓰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등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기업 기부금의 상당 비율이 그룹 소속 공익법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물론 자사 공익재단을 통해 기부금을 좋은 일에 활용한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출 내역을 알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기부금이 정말 유용하게 쓰였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기업인의 기부를 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선 기업 지분의 5% 이상을 기부할 경우 왕창 세금을 문다. 시가 450억 달러(약 52조원) 상당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기로 한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세금 때문에 기부를 포기했을지 모를 일이다. 기부금을 1000만원 이상 모집할 때는 정부에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 역시 획일적으로 적용돼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기부를 막는 규제로 꼽힌다.
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