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우하귀 쪽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13으로 들여다봤는데 잇지 않고 14로 밀었다. 음? 그러면 바보라고 하지 않았나? 세계정상을 다투는 프로 스웨를 바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신이거나 알파고 정도겠지. 맞다. 13으로 들여다봤을 때 백이 15의 곳을 잇는 건 무겁다. 바둑의 행마는 가벼워야 좋고 형태는 탄력을 갖춰야 바람직하다. 여기서는 이으면 좋지 않다.
그리하여 ‘들여다본다고 다 이어주는 바보’란 또 다른 격언이 탄생하고 초심자들은 ‘도대체 언제 잇고 언제 잇지 말란 말이냐!’라며 골머리를 싸매게 되는 것이다. 14로 반발하면 27까지는 기세의 드잡이, 필연의 진행이다. 좌상귀 28로 ‘참고도’처럼 움직이면 흑 2, 4로 누르고 흑 6 이하 10까지 빠져나가 어려운 접전.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