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차녀 정림(54·여)씨에겐 따로 몫을 떼어 주지 않았다. 정림씨는 “외삼촌(신 총괄회장)이 준 부의금 중 5분의 1은 내 몫인데 큰오빠가 주지 않고 있다. 그중 일부인 1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다른 남매들이 나 몰래 돈을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대법 “부의금 아닌 증여” 장남 승소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선 신 총괄회장이 준 돈을 부의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일반적으로 부의금은 유족들이 각자 상속분에 해당하는 만큼 나눠 갖기 때문이다. 법원은 정규씨가 수십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 돈의 성격이 부의금이 아니라 증여금이라서 정림씨에게 상속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돈의 액수에 비춰 볼 때 사회통념상 도저히 친족 간의 부의금으로 볼 수 없다. 장남이 고인을 대신해 형제자매를 돌봐야 할 지위에 있는 것을 고려해 신 총괄회장이 증여한 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74)씨가 소송을 낸 정림씨를 나무라면서 정규씨를 두둔한 점과 다른 친척들도 정림씨에게 협조하지 않은 게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원 관계자는 “액수뿐 아니라 신 총괄회장이 돈을 지급한 시기(사망 3개월 뒤)와 방법 등도 고려됐고 원고가 관련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