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박 6인’ 반타작…대통령 정무특보 3명 모두 탈락

중앙일보

입력 2016.03.21 02:45

수정 2016.03.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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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19~20일) 새누리당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 후보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특히 대구에선 이른바 ‘진박 6인방’ 중 절반이 공천을 확정했지만 절반은 경선 문턱에서 탈락하는 등 정확히 생사가 나뉘었다.

주호영·윤상현 이어 김재원 낙마
윤두현은 탈락하고 민경욱은 확정
“진박 마케팅 역풍 맞아” 지적도

20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내각 또는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 중심으로 꾸려진 대구의 ‘진박 6인방’ 중 정종섭(동갑)·곽상도(중-남)·추경호(달성) 후보 3명이 공천을 확정했다. 이들 중 정종섭·추경호 후보는 사실상 전략공천인 단수공천을 받았고, 곽상도 후보는 배영식 후보를 누르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지역 현역인 친유승민계 김희국 의원은 앞서 경선 참여가 배제됐다.

반면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서) 후보는 경선에서 친유승민계 김상훈 의원에게 패했고, 하춘수(북갑) 후보도 이명규 전 의원과 정태옥 후보에게 밀려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했다. 친박계 최경환(경산) 의원이 19일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열며 “적군(야당)을 향해선 총 한 번 못 쏘고 아군(새누리당)한테만 총 쏘는 국회의원만 잔뜩 있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나섰지만 두 사람은 역부족이었다. 최 의원 발언과 관련, 의원실은 “유승민 의원이나 비박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닌 일반론적인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남은 ‘진박 6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동을) 예비후보는 유승민 의원과의 공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 연수을에서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경선 끝에 유승민계 민현주 의원을 꺾고 공천장을 따냈지만 서울 강남 등지에선 친박 후보들이 낙천의 쓴맛을 봤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서초갑에서 비박근혜계 이혜훈 전 의원에게 밀려 낙천한 게 대표적인 예다.


부산·경남(PK)에서도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최상화 전 춘추관장은 사천-남해-하동에서 현역인 여상규 의원에게 밀렸고, 전광삼 전 춘추관장도 영양-영덕-봉화-울진에서 현역 강석호 의원에게 패했다. 여기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거친 최형두(의왕-과천) 후보도 경선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청와대 홍보라인은 거의 전멸했다. 한국외대 이정희(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진박 마케팅에 역풍이 부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무특보’ 줄줄이 낙마=공교롭게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역임한 김재원·주호영·윤상현 의원 3명이 모두 공천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박 핵심인 윤 의원은 ‘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역시 친박 핵심인 김 의원은 19일 경선에서 김종태 의원에게 패해 당내에선 ‘정무특보의 저주’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비박계인 주 의원은 지역 다선(3선)이라는 이유에서 공천위에 의해 출마길이 막혔다.
 

주 의원처럼 ‘3선→4선 깔딱고개’를 못 넘은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19일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8명 중 3선만 2명(장윤석·정희수 의원)이었다. 3선 중에선 이미 친박계 김태환(구미을)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안홍준 의원도 경선 여론조사에서 패해 탈락했다. 대구에선 주 의원 외에 서상기(북을) 의원도 낙마해 3선에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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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간부 약진=대구 달서을 경선에선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윤재옥 의원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의 경선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석기 후보는 경주에서 현역 정수성 의원을 눌렀다. 영천-청도에서는 이만희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3선의 정희수 의원을 경선에서 꺾었다. 세종시에서도 충남 지방경찰청장 출신인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이 새누리당의 공천 티켓을 따내는 등 경찰 간부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