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우모(48)씨가 지난달 중순 수원의 한 도피처에서 빠져나오는 모습. 우씨는 도피처 세 곳을 전전하다 지난 11일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CCTV 캡처]
현직 고등학교 교사라는 우모(48)씨의 달콤한 제안에 사람들은 의심 없이 목돈을 내놨다. 처음엔 약속했던 이자가 늦지 않고 다달이 들어왔다. 하지만 3년째 되던 2015년 12월 돈을 빌려간 ‘선생님’은 잠적했다. 이 여성은 교사를 사칭한 학교 매점 직원으로 드러났다.
“은행보다 높은 이자 주겠다”
35명 돈 빌려 명품 등으로 탕진
우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교사를 사칭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매점에서 10년간 일해왔다. 어느 날 매점에서 학생들이 ‘우○○’이라는 자신의 동생 이름을 언급하는 걸 들었다. 이 학교에 동생과 동명이인인 영어교사가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우씨의 머리에 나쁜 생각이 하나 스쳤다. 그는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통장과 신용카드를 만든 뒤 현직 교사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범행 대상은 주로 서민층 주부들이었다. 우씨는 퇴직금이나 적금 등으로 여유자금이 생겼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노렸다. 은행 금리가 낮아 고민하던 피해자들은 “이자를 많이 챙겨주겠다”는 우씨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우씨는 “주변 사람을 소개해주면 더 많은 이자를 주겠다”며 지인의 지인들로 범행 대상을 넓혀갔다. 한번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추가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이미 빌려준 돈도 갚을 수 없다”고 협박해 피해 금액을 늘렸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우씨가 신분이 안정적인 교사라고 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우씨는 빌린 돈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명품 가방 등 사치품을 사는 데 탕진했다. 다른 피해자에게 빌린 돈으로 이전 피해자의 이자를 지급하는 ‘돌려막기’로 범행을 이어갔다고 한다. 피해 금액이 수억원으로 불어나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우씨는 지난해 12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하지만 석 달 만인 지난 11일 경기도 지역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