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64) SK네트웍스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일성으로 “고생은 이제 시작”이라며 회사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그의 등장은 재계 3위 SK그룹과 SK네트웍스 경영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본지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장길에 나선 최 회장과 사흘간의 단독 동행 취재를 통해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최 회장은 먼저 임직원의 도전 정신을 고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 그는 “부친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는 폐허에서 공장을 재건했다”며 “도전 정신을 고취해 (실적이 좋지 않은) SK네트웍스를 바꿔놓겠다”고 언급했다. 회사 개조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룹 모태기업, 선친 타계 43년 만에 대표이사로
“고생은 이제 시작” 회사 개조 프로젝트 시동
“사촌 최태원과 우애 중요 ? 기부문화 선도 나눔보국”
다만 경영진이 추진하던 신사업은 당분간 지켜볼 듯하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가장 먼저 문종훈 사장에게 ‘수고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특히 2인 대표이사 체제인 문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최 회장 자신을 “가장 적절한 언덕에 깃대를 꽂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이 경영 전반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문 사장은 세부 전략을 실천한다는 의미다.
SK그룹 지배구조에서 SK네트웍스는 미묘한 위치다. 최태원(56) SK 회장 등 오너 일가 4형제가 SK그룹을 분야별로 사실상 독자 경영하고 있지만, SK네트웍스는 입지가 애매했다. SK네트웍스가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SK네트웍스 최대주주는 ㈜SK이지만(39.1%), 개인 최대주주는 최신원 회장(0.4%)이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보직 없이 SK네트웍스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53년 선경직물에서 출발한 그룹의 모태 기업인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상사·에너지·카라이프·패션·호텔·골프장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이 20조원에 달하지만 사업부문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수년 전부터 사업부문별 분사 가능성이 거론됐다.
최근 ㈜SK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에 공식 복귀한 사촌동생 최태원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형제간 우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일가의 맏형으로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지향점도 제시했다. 그는 “창업주의 ‘사업 보국’ 정신을 승계해 ‘나눔 보국’을 실천하면 볼보·일렉트로룩스 등을 보유한 스웨덴 발렌베리처럼 존경받는 가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160년간 가업을 이어온 발렌베리 가문이 분쟁 한 번 없었던 것처럼, SK그룹도 형제간 우애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어머니 고(故) 노순애 여사의 49재(齋)에서 모친이 당부한 ‘화목’을 형제들과 곱씹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발렌베리 가문처럼 우리(SK 일가)도 적극적으로 기부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일 비정부기구(NGO)인 ‘유나이티드 웨이’가 LA에서 주최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100만 달러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멕시코 고액 기부자들은 최 회장이 총대표를 맡은 국내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의 성공 비결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신원 회장은 다음달 5일 선친 묘소를 방문한 뒤 6일 SK네트웍스에 첫 출근한다.
◆최신원 회장=1952년생. SK그룹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장손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작고한 뒤 SK 오너 일가의 맏형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경희대·고려대 대학원을 나왔고, 2000년부터 SKC 회장을 지냈다.
로스앤젤레스=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