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자녀를 마중나온 주민 A씨를 만났다. “( 대구에 있을 때)큰 아이가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웠는데 학원이 없어 두 달째 쉬고 있다. 문방구도 없고 수퍼도 하나 없다.” 그는 “물건 구입이 필요할 땐 안동시내에 나간다”며 “공무원만 모여 있어 생활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600가구 아파트에 편의점 하나
학원·문방구·수퍼마켓도 부족
고등학교 개교 늦어져 주민 불만
불편 해소 위한 접수창구도 없어
편의점 건너편에는 상가 건물 공사가 이제야 한창이다. 도청 신도시가 학원·마트·음식점 등 정주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도청을 옮긴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여태 상가가 들어서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상록아파트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케이블TV 등을 판촉하는 C씨는 “상가 임대료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귀띔했다. 40㎡(약 12평) 점포의 월세가 200만원쯤이란다. 신도시 전체 인구가 아직은 3000명 정도인데 이렇게 비싼 임대료 주고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는 푸념이다.
서쪽으로 더 내려가면 현대아이파크 아파트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이사해 거주 한 달째를 맞은 도청 직원 D씨는 “분양받은 게 후회 막급”이라고 했다. 부부가 도청에 근무해 가족이 모두 옮겨왔는데 아이들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신도시에 고등학교가 아직 개교하지 않아 아들은 안동시내 고교를 다닌다. 1시간씩 걸리는 시내버스를 태울 수 없어 오전 7시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오후 10시에 데리러 간다. 그는 “집값도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신도시와 도청 사이는 허허벌판이다. 경북경찰청의 신축 현장 앞 인도는 빗물에 쓸려 내린 토사로 뒤덮여 있다. 유모차가 힘들게 지나다닐 정도다.
도청 직원들은 내부망 ‘와글와글 토론방’을 통해 불편을 쏟아내고 있다. 턱없이 비싼 택시요금이 그 중 하나다. 풍산읍에서 도청까지 1만2700원을 냈고, 예천시장에서 상록아파트까지 1만9200원이 나왔다는 하소연이다. 대구 이외에 안동·예천 지역에도 통근버스를 운행해 달라는 요청도 있다.
불편을 해결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 신청사를 지어 새로 정착하는 과정의 여러 문제를 일괄 접수해 처리하는 곳이 도청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관련된 부서는 “그때 그때 대응한다”고만 답했다. 문제 해결 방식도 주먹구구 행정이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