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전쟁은 현대백화점 승리
삼성물산 이전, 제2테크노밸리 개발 호재 … 부동산값 오르고 상권 활성화 기대감
골목상권의 특성상 주로 식음료(F&B)가 많았다. 고객은 테크노밸리 임직원과 아파트 입주민이었다. 서울 강남과 이어지는 신분당선 판교역을 끼고 있어 장사도 잘 됐다. 2013년 4월 문을 연 아브뉴프랑은 상가 내부에 스트리트 구조를 적용한 F&B 전문 쇼핑몰로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근 백현동 카페거리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권이 굳건했다.
하지만 백화점이 문을 연 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골목상권 매출이 확 떨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주변에서 외식업이나 소매점을 하는 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 입점 전 월 평균 3283만원이던 매출은 2718만원으로 17.2% 떨어졌다. 소매업 122곳의 매출은 개점 전보다 20.3% 떨어진 2959만원, 음식점 매출은 14.6% 감소한 2562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상인 92%는 “백화점이 지역 상권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백현동의 카페거리나 아브뉴프랑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적하다. 백현동 카페거리의 한 상인은 “현대백화점이 개장 이후 매출이 20~30% 줄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백화점과 골목상권이 함께 크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백화점과 골목상권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긴 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대규모 F&B가 들어선 때문이다. 백화점 지하 1층엔 국내 최대 면적의 식품관(1만3860㎡)이 있다. 축구장 2배 면적으로 뉴욕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마스터키친’, 대구의 명물 제과점인 ‘삼송빵집’ 등 108개의 식음료 브랜드가 들어서 있다. 지상 5층과 9층에도 식당가가 있다. 세계 식문화체험을 앞세워 해외와 국내 유명 맛집을 대거 입점시킨 것이다. 해외를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컵케이크, 브런치 카페 등 유명 디저트 브랜드 매장은 주말이면 길게 늘어선 줄로 꽤 오래 기다리지 않으면 주문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백화점의 식품관이 기존 판교역 골목상권의 고객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교신도시 중심상권을 둘러싼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백화점 인근에서 또 하나의 대형 상가가 문을 연다. 총 사업비가 5조 원에 이르는 알파돔시티(알파리움 쇼핑몰)다. 1단계 사업으로 아파트와 상업시설(C2-2·3블록)이 완공해 입주 중이다. 상가인 C2-2·3블록은 알파돔시티 1단계 사업 중 처음으로 개장하는 업무·판매시설로 오는 4월 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알파리움 쇼핑몰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상가를 목표로 업종을 구성하고 있다. 기본적인 F&B를 비롯해 여러 업종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백화점과 골목 상권 간 또 한번의 상권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상업용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인사이트그룹 이기태 대표는 “전반적인 콘셉트 자체는 다르겠지만 백화점이나 골목상권과 입점 업종을 완전히 다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 업무·판매시설 4월 말 오픈
판교신도시의 제2테크노밸리 개발 사업은 지난해 12월 23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제2테크노밸리가 완성되면 제1테크노밸리에 부족했던 입주 공간과 문화·편의 시설을 보완하면서 제1테크노밸리와 함께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를 이루게 된다. 삼성물산은 3월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알파리움 쇼핑몰 위 업무시설로 이주한다. 직원만 3100여 명에 이른다. 제2테크노밸리에는 9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태 대표는 “대기업이 입주하면 임직원뿐 아니라 중소 관계회사까지 따라오게 되므로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백화점 개장으로 타격을 입었던 골목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