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우하귀, 37 우변 백 어깨짚기…알파고, 초반부터 변칙수

중앙일보

입력 2016.03.11 02:51

수정 2016.03.1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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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국은 내가 단 한 번도 앞선 적 없는 완패였다.”(이세돌 9단)


또다시 기계가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이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서 불계패했다. 지난 8일 첫 대국에 이은 2연패다.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쓴 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끝까지 버텼지만 211수 만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대국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알파고는 완벽했다. 두 번 대국에서 아직까지 알파고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알파고는 시종 변칙수를 선보이며 이 9단을 흔들었다. 대국 초반 우하귀에서 11로 둔 다음 예상을 깨고 13으로 상변을 차지했다. 보통 하변을 지키는 정석과 달랐다. 이어 우하귀로 손을 돌려 15로 들여다보는 깜짝수를 선보였다.

백 이세돌·흑 알파고 2국 분석
이, 첫날과 달리 안전 위주 행마
알파고 깜짝수·끝내기 모두 완벽
‘알사범’서 ‘프로10단’ 별명도 얻어

김성룡 9단은 “프로 바둑에서는 나오기 힘든 모양”이라며 “‘알사범’ 의도를 인간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9단은 바둑TV에서 대국을 중계하면서 농담을 섞어 “프로 10단 알파고”라는 표현도 썼다. 그 외 37로 우변 백의 어깨를 짚거나, 이 9단이 상변을 쳐들어가자 81로 날일자 뛴 수도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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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9단은 무리하게 변칙수를 시도하던 첫날과 달리 차분하게 대국에 임했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이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이 9단이 어제와 달리 너무 안전하게 행마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지 9단은 “백 14는 당연히 29로 갔어야 했다. 이후 70과 72도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박영훈 9단은 “이 9단이 방심하지 않았을 텐데 패배해 더욱 충격적”이라며 “오늘 대국을 보면 이 9단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알파고가 완벽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알파고는 마지막 끝내기까지 완벽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대국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