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에서 만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모델의 첫 인상입니다. 1947년 첫 출시 이래 1300만대 넘게 팔린 E클래스는 그야 말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이자 핵심입니다. 오는 4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는 E클래스를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 글로벌 출시행사에서 만났습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E클래스 판매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에 맞춰 행사 첫날 리스본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E클래스는 국내 단일 수입 차종으로는 가장 많이(1만9660대) 팔렸더랬죠. 출시 행사에 맞춰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더 뉴 E클래스의 220d, 300, 400 4MATIC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이틀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은 리스본 시내와 주변 고속도로 근교의 서킷 등 다양한 여건의 도로를 달렸지요. 백미는 대서양 인근의 ‘에스토릴 서킷’을 E클래스의 최상위 모델인 400 4MATIC을 타고 달리는 일정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전문 드라이버가 리드하는 선도차(Convey)를 따라 기자는 E400 4MATIC을 몰았습니다. 물론 안전을 위한 조치지요.
써킷에 들어선 다음 서스펜션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조정했습니다. 바로 서스펜션이 낮고 단단해지면서, 엔진회전수(RPM)가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운전하는 맛은 9세대 모델보다 한결 나아졌습니다. 서킷에서 구불구불한 코너 구간을 감속 없이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돌 때도 차는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차량 접지력과 자세제어가 인상적입니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놓고 달릴 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차인 AMG와 비슷한 주행감이 납니다. 9단 변속기를 채용해 속도 구간 별로 매끄러운 연결이 탁월합니다. 써킷에선 대개 시속 170㎞ 전후로 주행했습니다. 선도차만 아니었다면 더 밟았겠지요.
다만 언제나 그렇듯, 벤츠를 선택할 때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건 역시 가격입니다. 벤츠 측은 “10세대 E클래스가 당연히 전 세대 모델보다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능을 높이고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는 게 그 이유지요. 이 경우 옵션 등을 충분히 넣으면 차에 따라 9000만원에 육박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첨단 느낌을 주는 더 뉴 E클래스의 내부가 점잖은 느낌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중장년층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리스본=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