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박수년(85)씨는 7일 수성구청을 방문해 장학금을 기탁했다. 대구은행 수성구청지점 계좌에 있던 12억원을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박수년 할머니, 6·25 때 남편 잃고
농사·공장일로 모은 전 재산 쾌척
박씨는 17세 때인 1948년 김만용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2년 뒤 6·25전쟁이 일어났고 남편은 28세의 나이로 입대했다. 그리고 2년 뒤 전사통지서가 박씨에게 날아왔다.
이후 박씨는 농사부터 양말공장 일까지 60세가 될 때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번 돈은 대부분 저축하고 거의 쓰지 않았다. 생활이 나아질수록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남편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처음엔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지만 이 구청장의 권유에 따라 사연을 공개했다. 하지만 얼굴 사진 촬영은 끝내 거부했다.
이 구청장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김만용·박수년 장학금’이란 이름으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구립 범어도서관에 두 사람의 이름과 장학금 기증 사연을 적은 기념공간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