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취재일기] 해외인재, 유치보다 정착에 초점을

중앙일보

입력 2016.03.08 00:01

수정 2016.03.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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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해외 인재를 유치하면 뭐합니까? 정착을 할 수 있게 해야죠.”

“일단 데리고 와야 정착을 시킬 것 아닙니까?”

얼마 전 기자는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와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 같았다. 인재를 먼저 영입해야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간 정부 정책이 ‘선(先) 유치 후(後) 정착’에 맞춰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김진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박사는 “기존 사업과 제도가 대부분 일회성 유치 방식으로 추진돼 해외 인재 상당수가 정부 지원 종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타국으로 간다”고 지적한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주한 한 용역 보고서에도 ‘해외 전문인력의 정착을 지원하는 정책 미흡으로 장기 체류와 정주가 저조하다’는 말이 나온다.


해외 인재 유치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한 관련 과제만 40건이다. 대부분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성과가 없지는 않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해외 우수 신진연구자 유치사업(KRF)’ 3차 공모를 통해 지난해 말 24명을 유치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까지 세계 상위 1% 과학자 133명(누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본지 취재 결과 IBS가 유치한 133명 중 지난해 말 현재 잔류한 외국인은 95명이다. 2008년 시작한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 사업으로 유치한 403명 중 2013년 사업 종료 시점에 남은 해외 인재는 44명(14%)에 불과했다. 다른 사업 현황은 관련 조사나 통계가 미흡해 파악조차 힘들다.

한국에 온 해외 인재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사실 뻔하다. 말이 안 통하고 음식이 안 맞고 친구가 없어 힘들어 한다. 가족·배우자와 떨어져 외롭고 자녀가 함께 있어도 양육·교육이 걱정이다. 종교·거주지·의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돌아가는 외국인도 많다. 이런 애로점을 해결해야 더 많은 해외 인재가 우리나라를 찾고 오래 머물 수 있다.

법무부가 발간하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중 전문인력은 7%(약 4만8000명) 남짓으로 5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초 취임사에서 “우수한 해외 인재를 유치해 우리 인재로 활용하는 인구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총리의 발언이 또 한 차례 말의 성찬이 안 되길 바란다.

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