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25일 강기정(3선)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갑)를 경선 없이 중앙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전략공천’ 대상으로 발표했다. 사실상 강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천정배 상대로 표적공천 하기로
강기정 눈물 흘리며 부당함 토로
김, 광주서 “햇볕정책 진일보해야”
국민의당 “정통 야당 부정한 것”
강 의원은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중 6명이 국민의당으로 적을 옮긴 상황에서 탈당하지 않고 남은 현역 의원이다. 86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전날 문희상·유인태·신계륜·노영민·김현·임수경 의원 등 10명의 컷오프 대상에 친노·운동권 의원이 절반 포함된 데 이어 다시 ‘친노·운동권’이 물갈이 대상이 됐다.
더민주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광주 서을)도 전략공천 대상으로 결정했다. “광주에서 8대 0으로 이기겠다”고 벼르는 천 대표를 표적으로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전략공천은 하위 20%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와는 별개다. 컷오프는 문재인 전 대표 때 만든 혁신위원회의 공천개혁안에 따른 것이지만 이날 광주 현역 의원 교체 발표는 김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
김성곤 전략공천위원장조차 “광주 서을과 북갑은 당초 전략공천 대상지가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사전 상의 없이 진행된 조치였다.
강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 공천 탈락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다 “국민이 싫다는데 동료 의원과 멱살잡이를 할 정도로 야당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김 대표는 광주를 직접 찾았다.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선언’이라는 발표문도 내놨다.
김 대표는 “호남의 참신한 정치인들이 제2, 제3의 김대중(DJ)으로, 대권주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는 과거 세력이나 관행은 끊어내겠다”며 물갈이 의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하위 20% 컷오프 명단에 탈당한 의원 11명이 포함돼 있는데, 그 명단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탈당해 현재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인 컷오프 대상 의원 11명은 실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호남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를 공개해 ‘컷오프’ 대상자라는 ‘낙인’을 찍겠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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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강기정도 공천 탈락, 더민주 호남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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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DJ에 대한 지지가 어느 곳보다 강한 광주에서 햇볕정책 수정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으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비대위 회의에서 우려가 나왔지만 김 대표는 이왕 햇볕정책 문제를 정리할 거면 광주에서 정면 돌파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선언을 한 것으로 착각할 것”이라며 “김 대표 스스로 정통 야당을 부정했다”고 공격했다. 김 대표는 “햇볕정책을 수정한다는 게 아니라 살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쓸 수 없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김성탁 기자, 광주=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