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판교면 복대2리 오세종(84)할아버지는 이장 경력만 44년이다. 그것도 한 마을에서만 이장을 했다. 마을 주민 87명(70가구)은 주로 논농사를 짓고 있다.
충남 서천 복대2리 84세 오세종씨
65년 33세에 첫 이장, 총 44년 맡아
“집집마다 통장 몇 개인지도 훤해”
그는 30여 년전부터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날마다 가정방문을 한다. 주민 안부를 살피고 건의사항을 받아 행정기관에 전달한다. 그는 “지금은 어느 집에 통장이 몇 개 있는 지까지 안다”고 했다.
마을 토박이인 오 이장은 33세 때인 1965년 처음 이장이 됐다. 그는 “마을개발위원회 총무로 일하다 입대해 군생활을 마치고 왔더니 주민들이 이장으로 추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개발위원회 기금을 잘 관리하고 마을 길 넓히기 사업에 앞장선 점 등을 주민들이 눈 여겨 본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이장 역할은 ‘조국 근대화’와 함께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다닐 정도인 마을 길 600m를 경운기가 드나들 수 있게 넓혔다. 군청에서 시멘트를 지원했고, 땅 파고 포장을 하는 건 주민들 몫이었다.
오 이장은 주민을 모으고 작업을 독려했고 그의 부인(83)은 밥을 지어 작업에 나선 주민들에게 대접했다. 또 자신의 땅 1200㎡를 마을 공동 주차장으로 쓰도록 내놨다. 70년대 중반 마을은 퇴비 만들기 실적이 좋아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하사금 3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사실 오 이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장을 그만두려했고 몇 년간 쉬기도 했다. 이장 일에 매달린 탓에 집안 일에 소홀해지는 등 문제가 많아서였다. 지금은 매월 24만원 가량이 지급되지만 80년대까지는 이장에게 나오는 수당이 아예 없었다.
이 때문에 86년에는 한국전력 검침원으로 취업하기도 했다. 91년부터 4~5 년간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부인을 돌보기 위해 이장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다시 이장을 맡아달라”는 주민들의 계속된 요청을 마다할 수 없었다. 오 이장은 “주민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만큼 힘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