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는 과묵한 편이다. 감각신경이 위점막에는 발달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기름진 식단, 불규칙한 식습관, 폭음·폭식, 스트레스로 혹사당하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위벽을 지키는 위점막이 손상되고, 그 자리에 강력한 산성인 위산이 닿아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속쓰림, 위경련, 오심·구토, 소화불량,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는 건 염증이 꽤 심각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036만 명이 위염 및 식도·십이지장염 진단을 받았다. 심하지 않은 염증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거나 일정 기간 금식하면 낫지만 위를 계속 홀대하면 만성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발전한다. 만성위염과 위궤양은 위암의 주요 원인이다.
위염 치료제 대부분 증상 개선에 그쳐
위 기능 개선 돕는 비즈왁스알코올
다른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위점막을 완전히 대체하는 치료제는 없다. 위벽을 보호하긴 하지만 가벽을 잠시 세워두는 정도다. 박 원장은 “위장벽 보호제는 성분이 위 점액과는 다르다. 위점막이 예전처럼 충분히 두꺼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점에서 위산 분비 억제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더욱 빠른 회복을 위해선 위 점액 분비를 늘리는 영양소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 박 원장은 “위에 부담을 줄이면서 위 점액을 늘리는 성분을 함께 섭취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과 비즈왁스알코올을 추천했다. 고기·생선·콩으로 흔히 섭취하는 단백질은 손상된 위점막의 재료가 된다. 비즈왁스알코올은 위 점액 분비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벌집의 밀랍에서 여섯 가지 고분자 지방산 알코올을 추출·혼합한 이 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활성산소는 위 점액 분비 세포를 공격하는데, 비즈왁스알코올이 활성산소를 줄여 담당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점액량을 늘린다.
실제 약리학연구지(Pharmacological Research)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즈왁스알코올을 투여한 쥐는 용량에 따라 위점액량이 124.4~157.0㎎ 늘어난 반면, 투여하지 않은 쥐는 10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역류성 식도염에서는 더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전문의약품인 오메프라졸에 버금가는 효능을 보였다. 2014년 세계소화기학회지(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 병변에서 오메프라졸은 51%의 개선 효과가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 비즈왁스알코올은 100㎎을 투여했을 때 44%, 200㎎을 투여했을 때 4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위 질환자 60명 대상 실험서 효능 입증
인체 시험에서도 위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위 질환이 있는 남녀 60명에게 비즈왁스알코올을 6주간 섭취토록 한 후 위·장관증상평가척도(GSRS) 점수로 평가한 결과 피험자의 복통과 속쓰림, 위산 역류, 오심·구토, 복부 가스 팽창 등 5개 증상 점수가 개선됐다. 복통과 오심·구토는 100% 개선됐고, 속쓰림과 위산 역류는 91.7%, 복부 가스 팽창은 90.0%가 개선됐다(Revista CENIC Ciencias Biologicas, 2009).
비즈왁스알코올과 함께 튼튼한 위를 만드는 음식으로는 양배추·브로콜리·토마토·사과가 꼽힌다. 평소 꾸준히 섭취하며 위 건강을 지켜야 위염과 같은 불청객을 막을 수 있다. 양배추에 함유된 비타민U는 위점막을 생성하는 호르몬인 프로스타글란딘 분비를 촉진하고,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 혈액응고를 돕는 비타민K가 풍부해 상처가 난 위벽의 출혈을 막는다. 브로콜리는 양배추보다 비타민U가 풍부하다. 게다가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딘, 셀레늄이 듬뿍 들어 있어 위암을 예방한다. 토마토에 든 라이코펜 성분은 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천연물질로 꼽힌다. 사과의 주성분인 펙틴은 위장운동을 돕고, 위점막에 벽을 만들어 유해물질의 흡수를 막는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