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이랜드 등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전국 규모 아웃렛 시장에서 모다아울렛은 유일한 중견 기업이자 지방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을 돌파했다.
박칠봉 모다아울렛 대표
하지만 바깥 풍경과 대조적으로 아웃렛 안은 환한 조명에 널찍한 통로, 캘러웨이·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의 대형 매장까지 마치 백화점 같았다.
개점 준비로 한창 바쁜 박칠봉(62) 모다아울렛 대표를 인천점 현장에서 만나 ‘대기업 틈바구니 속 생존 비법’을 물었다. 그는 2010년 전문 경영인으로 취임한 후 대구 한곳만 운영하던 모다아울렛의 ‘전국 확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 아무리 교외형 아웃렛이지만 너무 외진 곳 아닌가.
“이런 곳에 여니까 수익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백화점들처럼 프리미엄·도심형으로 못한다. 4만4657㎡(약 1만4000평) 규모의 5층짜리 아웃렛을 새로 짓는데 땅 값에 인테리어비까지 340억원 들였다. 투자비가 적으니까 브랜드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매출의 최하 8%에서 평균 20%(백화점은 통상 30~40% 수준)선에 맞출 수 있다. 수수료를 내리면 가격도 더 싸진다. 아직 서울에 점포를 못낸 것도 땅 값이 비싸지면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다아울렛의 ‘구두쇠형 투자’는 인건비에도 적용된다. 박 대표는 “인천점 규모면 백화점 아웃렛은 관리 직원이 40~50명이지만, 이곳은 점장까지 7명 뿐”이라며 “서류 결재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다 없애 인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대리석 같은 고급 자재는 전혀 쓰지 않고 시트지·타일로 마감한다. 대신 통로에 환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하고, 일반적으로 2m가 넘는 매장 구분 간막이 높이를 140~180㎝로 낮춰 탁 트인 느낌을 줬다.
- 그래도 너무 외지면 소비자가 찾지 않을 것 같은데.
“아웃렛과 백화점은 소비자 층이 다르다. 우리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 한 사람 당 한 개씩 주는 ‘공짜 사은품’을 받으려고 온 식구가 다 오기도 한다. 여기선 봄 신상품도 40%씩 할인한다. 최대 할인율은 90%다. 취직하는 아들 양복 사러 왔다가 ‘이렇게 싼 데 한 벌 더 사자’며 기분좋게 나가는 곳이다. 수입 명품은 아예 안판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와도 되는 곳이다.”
하지만 입점하려는 브랜드가 없다면 애초에 아웃렛을 운영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전국으로 점포를 확대한 것은 구매력을 키워 좋은 브랜드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9월에 4개의 점포를 한꺼번에 여는 속도전을 펼친 것도 “4개 점포에 한꺼번에 입점하는 편이 브랜드에게 훨씬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일합섬 패션본부장을 거쳐 의류 제조공장과 전국에서 20여 개의 패션브랜드 대리점 등을 운영한 패션 전문가다. 그는 "브랜드 입장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세울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포가 20개로 늘면 한 브랜드가 우리 유통망을 통해서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패션 브랜드는 수수료 부담이 적은 새로운 판로를 찾고, 우리는 구매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상생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