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당신을 사로잡은 2015 최고의 포스터(외국영화)

중앙일보

입력 2016.02.21 00:01

수정 2016.11.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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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영화와 관객을 잇는 최고의 소통 매체다. 영화의 이야기와 감성을 한 컷의 이미지와 한 줄의 카피로 응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순한 마케팅 도구를 넘어서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포스터가 늘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의 포스터 중 높은 완성도를 뽐낸 작품은 무엇일까. 60명의 영화 마케터에게 물었다. 이들은 지난해 최고의 한국영화 포스터로 ‘뷰티 인사이드’를, 최고의 외국영화 포스터로는 ‘더 랍스터’를 꼽았다.
 

영화마케터 60명에게 물었습니다



1위
더 랍스터(2015년 10월 29일 개봉,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티저 포스터│17표
‘더 랍스터’의 티저 포스터는 언뜻 보면 팬터마임의 한 장면 같다. 데이비드(콜린 파렐)가 누군가를 포옹하고 있는데, 그의 품에 안긴 대상은 투명하게 묘사돼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과연 데이비드는 누구를 껴안고 있는 것일까.
 
‘더 랍스터’의 배경은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는 커플 메이킹 호텔. 그곳에 온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짝을 찾는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도 호텔에 오지만, 결국 호텔에서 탈출해 솔로들이 살고 있는 숲으로 도망간다. 그리고 숲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근시 여인(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게 된다. ‘더 랍스터’ 포스터를 담당한 그리스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MNP 측은 “고독함을 이미지화하는 게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MNP는 란티모스 감독의 ‘송곳니’(2009) 포스터도 작업한 바 있다. ‘더 랍스터’를 수입한 콘텐츠게이트 문진희 팀장은 “일반적으로 영화 속 장면을 포스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 랍스터’의 경우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별도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언니네홍보사의 김희정 대리는 “자극적인 카피나 화려한 비주얼을 쓰지 않고 흑백의 이미지로 영화의 절제된 정서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고 평했다. ‘더 랍스터’ 포스터는 해외에서도 극찬받았다. 인디와이어, 엠파이어 등의 매체에서 ‘2015 최고의 포스터’로 선정됐다.



2위
위플래쉬(2015년 3월 12일 개봉, 다미엔 차젤레 감독)│8표
‘위플래쉬’의 메인 포스터는 완벽한 연주를 꿈꾸는 천재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가 드럼을 치는 모습이 유일한 이미지다. 그리고 해외 영화제의 평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율’ ‘폭발적’ ‘흥분’ 등 강렬한 어휘들이 동원됐다. 마케터들은 강렬한 카피를 이 포스터의 힘으로 꼽았다. 올댓시네마 이수진 실장은 “자극적인 카피가 호기심과 함께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영화인 최문정 실장은 “자신감 넘치는 문구가 인물들의 특성을 잘 담아냈다”고 말했다.
 
 
3위
인사이드 아웃(2015년 7월 9일 개봉, 피트 닥터·로날도 델 카르멘 감독)│5표

 
실루엣으로 묘사된 소녀의 머릿속(옆모습)에 개성이 다른 다섯 명의 알록달록한 캐릭터가 들어 있다. 기쁨, 슬픔, 까칠, 소심 그리고 버럭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포스터는 감정이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변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앙증맞은 그림으로 담아냈다. ‘진짜 나를 만날 시간’이라는 카피는 ‘슬픔도 좋은 경험이 된다’는 영화의 따뜻한 주제를 담았다.
 
 
4위(공동)
앤트맨(2015년 9월 3일 개봉, 페이튼 리드 감독) 티저 포스터│4표
자세히 봐야 보인다. 흰 바탕 위에 작은 점에 불과한 크기의 앤트맨(폴 러드)이 서 있다. 너무 미세해 돋보기라도 대야 보일 판이다. 물론 이런 표현이 관객을 조롱하는 건 아니다. 앤트맨의 작지만 강한 힘을 보여주기 위한 파격적인 묘사다. 여기에 붉은 색의 제목이 시선을 끈다. 그동안 크고 힘센 히어로들을 앞세웠던 마블이 전혀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알리는 데 이만큼 안성맞춤인 포스터가 또 있을까.
 
 
4위(공동)
하늘을 걷는 남자(2015년 10월 28일 개봉,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4표

 
어렸을 때부터 하늘 위를 걷는 게 꿈인 남자, 필립(조셉 고든 레빗)의 도전과 열정을 그린 작품. 포스터는 높이 412m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를 밧줄로 연결해 그 위를 걷는 필립의 모습을 담았다. 하늘 위에서 도시 빌딩을 내려다본 부감숏이 아찔한 순간의 긴장감을 전한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라는 카피는 목숨을 걸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주인공의 열정과 도전을 표현했다.
 
 
5위
007 스펙터(2015년 11월 11일 개봉, 샘 멘데스 감독) 티저 포스터│3표

 
스파이 영화의 조상 격인 007 시리즈(1962~)의 스물네 번째 작품.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가 강력한 악당 조직 스펙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티저 포스터는 본드를 단독으로 내세웠다. 단단한 근육질 체격이 도드라진 차림으로 총을 쥐고 서 있는 모습이 전부다. 주목할 건 그의 다부진 표정.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않겠다는 듯한 본드의 의연함이 배어 있다. 최대한 절제된 이미지로 남성성을 강조한 전략이 관객의 시선을 끄는 데 주효했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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